지역아동센터 굴렁쇠
지역아동센터 굴렁쇠
  • 전말봉
  • 승인 2007.05.11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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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아동복지 자원교사
 

지역아동센터 기획시리즈① 굴렁쇠

편집자 주: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아직도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국회가 지난 2003년 12월 19일 아동복지법 제16조 11항에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신설하고 “지역사회아동의 보호·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육성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라고 명시하면서 지역아동센터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조차 수시로 바뀌는 운영방법 및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인해 행정적으로도 갈팡질팡하고 종합적인 운영매뉴얼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지역에도 7개소의 지역아동센터가 개설되어 있다.

지역 내 지역아동센터 운영에 대해 각 시설에 대한 기획 탐방 기사를 싣기로 하고, 향후 종합적인 점검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운영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굴렁쇠는 정안면 모란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대표인 장세채(59)씨는 지역아동센터를 준비하기 위해 50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학도로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현재 수용인원이 29명으로 제한되어 있는 탓에 현재 아동은 29명이다. 교사는 남편을 비롯한 두 딸이 전부이다. 한 마디로 장씨의 모든 가족이다.

인천에서 오래도록 어린이집과 학원 등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탓도 있겠지만, 가족 내력이 독특해 보이기도 하다. 아무튼 지면의 부족으로 자세한 속담은 뒤로 하고 일단 센터와 관련한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 지역아동센터를 개인적으로 알기는 쉽지 않았을 테고 무료 공부방운영이라는 것이 쉽지않은 일일텐데, 혹시 다른 사연이나 계기가 있었는가?

인천에서 어린이집을 할 때 보육사업을 꼭 하고 싶었다. 온 가족이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울때면 언제나 말로 구첩대궐을 지었다. 틈틈이 절약하고 준비하고 방송통신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상 준비가 힘들고, 제도상으로도 보육시설을 추가로 허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온 가족이 허탈하게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즈음 IMF를 겪으면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폭삭 망했다. 무료로 받아오던 원생들만 남기고는 거의 대부분의 원생들이 가정환경으로 인해 그만두었고 설상가상으로 다른 어린이집 원장 빚보증 선 것이 잘못되어 집안이 완전 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큰 딸이 공주대에 입학하면서 점차 가족이 공주로 이사하게 되었다.

허탈감속에서 오히려 복지와 관련된 무료공부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게 되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지역아동센터란 것을 접하고 설명회까지 참석해 가면서 지역아동센터를 준비했다.


◎ 온 가족이 다 달라붙어서 운영하고 있는데, 가족의 의견일치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고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가족 내 분위기이고 기질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집안 분위기가 남달랐던 것 같다. 선대 때부터 남을 돕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다. 외할아버지는 독립군이셨고 어머니가 독립유공자이셨으며 음식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을 손님보다 더 극진히 대접하신 양반이셨다. 남편 또한 음악을 하면서 동호회를 통해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그러다 보니 두 딸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배운 것 같다. 학창시절 도시락 두세 개 더 싸가는 것은 기본이고, 지금은 오히려 딸들이 더 적극적으로 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생활은 각자 해결하고 있다. 심지어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딸들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을 다녔다. IMF때 겪었던 시련은 오히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올해부터 매월 2백만원씩 운영보조금이 나오면서 처음으로 남편과 두 딸에게 수고했다고 인건비조로 20만원씩 지급했다. 아르바이트해서 지금껏 천만원 넘게 갖다 바치고 20만원에 더없이 행복해 하는 두 딸들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다.


◎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느끼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역시 재원문제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사업은 남들 대신 구걸하러 다니는 사람 같다. 심지어 시청 담당자들도 그런 말을 한다. ‘돈줄 잡아라’라고. 이제 돈을 주는데 뭐가 어렵냐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복지사 채용하고 임금 백만원 주면 운영비도 빠듯하다. 담당 지자체의 무성의한 태도도 문제다. 한마디로 복지마인드가 없다. 모든 것을 행정적으로 대하고 실질적으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복지를 행정서비스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시설지원에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도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관심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고맙다는 말을 듣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이라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대도시는 자원봉사자가 넘쳐난다는데, 시골은 가뭄에 콩을 찾는 것이 더 쉬울 듯하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같은 것이 있다면?

공주대 다닐 때 학과에서 미혼모에 관한 영상물을 보았다. 아이를 입양보내기 전에 이삼일동안 젖을 먹이는데 그 사이 정들어서 아이를 보내려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미혼모는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엄마와 아이를 떼어놓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현재 ‘쉼터’같은 곳은 있지만 미혼가정의 ‘자활’을 돕고 공동체를 형성해서 ‘공동육아’, ‘공동보육’, ‘자활후견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혈육의 정을 끊고 자신의 아이를 합법적으로 버릴 수밖에 없는 입양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가족의 꿈이었던 보육원 만들기가 이제 ‘미혼모 공동체시설’로 바뀌었다. 그래서 매주 로또복권을 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