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훼소골(積毁銷骨)'
'적훼소골(積毁銷骨)'
  • 이원구 기자
  • 승인 2020.07.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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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이원구 기자
청양군의회 구기수 의원이 지난 8일 청양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원구
청양군의회 구기수 의원이 지난 8일 청양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원구

 

'적훼소골(積毁銷骨)'.

남을 헐뜯는 말의 무서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험담이나 비방을 자꾸 하면 굳은 뼈도 녹는다는 뜻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가짜뉴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짜뉴스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등장하는 문제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7년 3월 가짜뉴스로 인한 연간 경제적 피해액이 30조 9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GDP(2015년 1559조 원)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언론사에 제공되는 자료와 정보에 대한 진위여부를 심도 깊게 고민해 봐야할 대목들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거짓을 사실처럼 포장해서 유포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정보들의 심각성은 취재과정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지난 8일 청양군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구기수 의원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며 의문이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반기 의장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으나, 최근 청양군과 군의회 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문화센터 부지매입과 청소년재단 설립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주된 내용이었다.

구기수 의원이 주장한 일부 내용은 이렇다.

▲"군수가 지지자들을 동원해 군청 앞에서 관제데모를 한다"

최근 청양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청양어린이집연합회, 청양군학부모연합회, 청양군 주민자치연합회 등 관내 29개 단체로 구성된 청양의 미래를 만드는 주민모임을 두고, 구 의원은 "군수가 자신의 지지자들을 동원해 군청 앞에서 관제 데모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군청 앞 가로수에 군 의원들 해체하라 등 사실을 왜곡되게 군민들을 현혹시키고 각종 단체를 동원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수가 A군의원, 건물주 B씨와 중국 같이 다녀온 후 가족문화센터 부지 변경을 요구했다"

구 의원은 "집행부에서는 매입 목적대로 올해 2020년 1월 3일(외국 출장을 다녀오기 전까지) 위 3개사업을 추진할 계획에 있었다"면서 "군수님과 A의원, 현재 가족문화센터 부지를 매립하려는 건물주 B씨, 등 5명이 중국하얼빈 빙등 축제에 같이 다녀온 후 청양고실습지와 토지, 대일기업 건물 등의 매입예산 46억원을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군수가 청소년재단을 '재단에 내 사람'을 쓰기 위해 만든다"

구 의원은 또 청소년재단 설립에 관해서도 "군수가 청소년들을 걱정해서 만드는 재단이 아니고 “재단에 내 사람”을 쓰기 위해서 재단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 의원이 제기하는 세가지 사항은 구체적인 근거를 수반하지 않는, 아니면 말고식 주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 당시도 '회견문 내용이 사실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추측성 발언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 의원은 스스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그 내용은 뺄테니 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었다.

한마디로, 구 의원은 본인이 작성한 회견문 내용이 네거티브인지 사실인지 정확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인한 꼴이다.

다시 말하면 발생하지 않은 현상에 대해 (허위)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해 책임지라는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종 확인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이라는 전제로 군민을 상대로 직접 기자회견을 연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단지 소문이 그렇다는식의 발언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론한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은 아니다.

저급 네거티브방식이 사용되는 이유는, 망가져버린 사고방식에 젖어 이를 호응하는 정치적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다.

검증은 근거를 통해 판단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며, 네거티브는 처음부터 음해를 목적으로 허위를 조작해 사람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민심이 그 공정성을 회복하고 사실과 거짓, 검증과 네거티브를 구분할 때, 정책 방향도 올곧이 민의를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