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제의 예산과 집행방식
백제문화제의 예산과 집행방식
  • 고주환
  • 승인 2020.07.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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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주환 (사)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이사장
고주환 이사장 ⓒ백제뉴스
고주환 이사장 ⓒ백제뉴스

 

-예산집행과 격년제를 중심으로-

제5차 공주시민포럼(2020.6.28.)의 토론 주제는 ‘백제문화제의 예산과 집행방식’이었다. 한예총 공주지회장이 마련한 장소에서, 휴일이었는데도 공주시 관광과장이 발제를하였다.

이날 발제와 토론의 주제는 예산과 집행방식이 ‘제(祭)의 핵심인 접신(接神)과 여민동락에 부합하느냐?’는 것이었다. 덧붙여 최근 논란이 된 격년제의 경위와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예산은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35억 내외였으며, 집행방식은 자치단체가 백제문화제재단에 출연하고 다시 보조금으로 지급받아 대행업체와 사회단체에 위탁‧계약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한정된 지면에 상세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개․폐막식, 웅진판타지아, 백제등불향연, 백제마을 고마촌, 부교 등의 사업은 협상에 의한 계약 등의 직접 집행하였고, 5대왕추모제, 영산대재, 헌공다례, 인절미축제 등은 보조금 교부 방식으로 위탁 집행하였다.

한편 공주시・부여군 공동으로 구성되는 (재)백제문화제재단에서 개・폐막식 연출, 핵심(신규) 프로그램 개발·실행, 백제권역 문화예술교류, 주무대 운영, 백제문화제 대표 프로그램 운영, 제례 등 지역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등에 관련되는 업무를 분담하고, 공주시와 부여군에서는 행사장 운영(시·군 종합상황실 운영, 자원봉사자 모집 및 운영, 편의시설 설치운영, 시설물 안전 및 교통(주차장)대책 등), 홍보 및 관람객 유치(수도권 등 옥외광고 및 현장홍보, 홍보방송사 선정 및 운영 홍보, 홈페이지 구축 등 온라인 홍보, 프레스센터 운영, 홍보대사 위촉, 축제현장 방문 관광객 유치 등), 수익사업(후원사‧수익사업 발굴 유치, 기념품 상품화, 민간참여 방안, 소규모 후원사업 유치, 식‧음료 판매사업, 임대사업 및 프로그램 체험료 징수 등)을 추진하였다.

이상 예산집행방식과 업무 분담 실태를 보면 지금까지 백제문화제에 대한 평가를 왜 ‘관람객과 경제적 파급효과, 세계적 명품축제의 가능성과 확인’에 두었는지 자명하다. 그 이유는 예산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아예 주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상업화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위탁‧대행업체나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이 있는 단체가 아닌 시민들은 축제의 주체가 아닌 관람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공주시 업무를 조금 더 살펴보면 시청의 관광과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서의 공무원들이 휴일과 야간 시간에도 동원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얼마나 많은 업무에 시달렸을까? 특히 시청의 관광과장과 담당 주무관이 참으로 애처롭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공주시민들은 학창시절부터 수 십 년간 백제문화제를 경험한 산 증인들이었다. 이들은 이권에 관련되지 않았기에 백제문화제에 대한 평가 또한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주민이 없는 백제문화제’ ‘백제가 없는 백제문화제‘라 평가했다면, 이는 백제문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보편적 견해를 모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앞으로 백제문화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백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럼의 발제 내용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공주시도 이 부분에 대하여 고뇌하고 있고, 나아가 주민참여와 함께 민간위탁에 대하여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격년제 개최에 대하여 발제자는 7개 항목으로 제시하였는데, 중복되는 부분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격년제 개최 사유와 추진 방법으로, 부여군이 ‘예산‧인력 비효율, 콘텐츠 부재 및 내용 중복, 지역주민의 재정적 시간적 피로감’을 통합개최의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당장 격년 개최하자는 것을, 지난 2월 18일 (재)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제54차 이사회에서 올해 제66회 백제문화제 정상 추진, 2021 대백제전 성공개최, 2022년 제68회 백제문화제부터 격년개최라는 2년의 기간을 두고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2015년부터 제기된 격년개최에 대하여 시민, 시의회, 전문가, 시민소통위원회 등에서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였으나 공주시의 경우는 반대가 우세하였다.

둘째는 공주시의 2021 대백제전 개최 구상이 백제문화제 격년제 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21년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무령왕 갱위강국선포 1500주년이다. (재)백제문화제재단은 대백제전을 공동개최를 2월 이사회에서 결정하였고 기본구상은 총 140억원(충남도 40, 공주 40, 부여 40, 기금 20) 이상 규모의 국가적 행사로 2021년 9월 18일부터 10월 2일까지 15일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무령왕 갱위강국 선포식’, ‘무령왕 1500년 전시관’, ‘백제가상현실 체험장’ 등 신규 프로그램 발굴을 통해 무령왕의 업적을 기리면서 공주․부여 협력 세계유산 테마여행’, ‘공주․부여 공연프로그램 교류’, ‘갱위강국 선포 축하연’ 등 충남권, 백제역사권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주만의 차별화된 축제 콘텐츠를 만들면서 보다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지역민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축제로 만들도록 시민, 시의회와 소통하며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상의 계획을 통해 보면 대백제전의 키워드는 공주 중심의 ‘무령왕’과 ‘갱위강국’인데, 이를 부여군이 수용하여 공동 개최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격년제를 공주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셋째는 격년제 개최안에 따라 부여군이 백제문화제를 개최하는 해에 공주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일부 시민과 사회단체에서는 구체적인 축제명을 거론하면서 공주시만의 대체 축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시민‧시의회‧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사안으로, 시민의 뜻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공주시의 입장이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된 포럼에서 발제자(공주시 관광과장)와 참가자(시민)가 공통적으로 인식한 것은 ‘주민이 주체가 되는 축제’여야 한다는 대원칙이었다. 축제란 모름지기 축제의 본질인 신과의 만남과 여민동락을 통한 시민총화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주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공주시민 모두가 백제 후예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축제 본질의 실현은 ‘놀이로서의 축제’ ‘미래공동체를 위한 문화전승의 통로’, ’종교적 기능‘ 사회문화적 기능’ 등으로 대표되는 축제의 기능과 일치하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백제문화제재단과 충청남도, 공주시, 부여군은 이와 같은 축제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주길 바란다. 세계적인 축제도 좋고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드높이는 것도 좋다. 또 무령왕이 선포했던 갱위강국 정신을 이어받아 갱위강시하겠다는 구호도 좋다. 그러나 여민동락을 통한 주민총화가 없는 백제문화제는 한갓 이벤트 쇼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역사는 과거를 교훈 삼아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므로 현철한 지도자의 용단과 실천을 주민의 염원을 담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