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권한을 침해하는 청양군의회
집행부 권한을 침해하는 청양군의회
  • 이원구 기자
  • 승인 2020.06.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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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이원구
청양군의회 ⓒ백제뉴스
청양군의회 ⓒ백제뉴스

 

井水不犯河水: '우물물은 강물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 속담은 서로의 역할과 영역에 대해 상호간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청양군에서는 군의회가 집행부의 권한과 영역을 침범하고 있어 시끄럽다.

논란의 시작은 재난기본소득 지급 문제다.

청양군의회는 지난 3월 26일 군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집행부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청양군은 당혹감 속에 즉각적인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보도자료 배포 당일, 구기수 의장은 통합당 의원을 제외한 일부의원은 개별면담으로, 또 다른 의원에게는 전화통화를 통해 동의를 얻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양군의회는 조례안을 제정하면서도 논란을 키웠다.

군의회는 지난 4월2일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을 만들고 집행부에 다음 날인 3일까지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군의회가 공문을 보낸지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회신이 없을 경우 의견 제출이 없는 것으로 간주 처리한다'는 조항을 추가 삽입함과 아울러, 4월3일까지로 되어 있던 제출기간도 '당일 제출'로 수정해 집행부에 다시 전달했다.

군의회가 제안한 조례를 하루의 시간도 주지 않고 결정하라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당일 회신 요구도 어이없거니와, 법 규정을 무시한 조례제정 추진은 입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 조차 확보하지 않은 횡포에 가까운 행위다.

특히 청양군의회가 '지방의회는 새로운 재정부담을 수반하는 조례를 의결하려면 미리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32조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방재정법 제3조를 어긴 처사라는 게 집행부의 입장이다.

이와관련 김돈곤 청양군수는 지난 6월11일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김 군수는 "군의회가 법 절차를 무시한 채 의원발의로 청양군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를 제정한 후 군 재정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는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행사장을 다니며 '군수가 지급계획을 세우지 않아 군민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식의 발언을 일삼으며 군민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며 지적했다.

군의회가 주장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청양군의 불안정한 재정 여건도 걸림돌이다.

군은 당장 감당해야할 천문대 불법 건축물 시정명령에 따른 56억원 패널티, 교부세 감액분 70억원, 농어민수당 35억원 등 수백억의 재정 부담 가중치와, 내년부터 감당해야 할 수백억원의 국·도비 감액분 대비해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군민들에게 재난기금 10만원씩 주겠다는 것은 의회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난기본소득 지급문제도 열악한 군 재정상황을 외면한 인기영합적 측면이 강하다.

군민들에게 전후사정을 알리지 않은채 ‘집행부가 반대해 지급 못한다’는 식의 발언은, 군민들 간 갈등만 부추기는 저급한 정치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내달 구성되는 후반기 청양군의회는, '소통과 화합으로 군민행복을 이끄는 의회'라는 슬로건을 되새겨 보편타당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바람직한 의회상이 정립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