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리마갈리노, “요양보호사가 되고싶어요”
채리마갈리노, “요양보호사가 되고싶어요”
  • 제미영 기자
  • 승인 2010.02.0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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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당뇨병와 심장병으로 아파 가족돌보다

필리핀 가족을 돌보느라 혼기를 놓친 채리마갈리노(32세)가 한국 남자 임관규(47세)씨와 결혼, 난영(7개월)이를 낳고 시어머니와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이들의 삶을 엿보았다.

△언제 한국에 왔는가?

=2007년 7월 7일에 한국에 왔다. 물론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같이 한국으로 온 것이다.

△왜 한국으로 시집 올 생각을 했었나?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 주위에 아는 사람이 한 번 만나보라고 권유해서 만나게 되었다.
남편을 만날 당시 내 나이는 28살이었다. 필리핀에서는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나이다.
그래서 만나보기나 하자는 생각에 남편을 만났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착한사람 같아 마음이 끌렸다.

△그때까지 결혼을 안 한 이유가 있는가?
=필리핀 가족을 돌보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필리핀 가족으로 아버지, 엄마와  딸 넷, 아들 하나에 난 셋째 딸이다.
그렇잖아도 생활이 어려웠는데 내가 12살 때부터 아버지가 당뇨병과 심장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 아버지는 내가 한국오고 4개월 후에 돌아가셨다.
언니들도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집은 대나무로 얼기설기 짓고 살았는데 우리 형제들이 돈을 벌어서 집을 지어줬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이가 먹고 결혼 적령기를 놓쳤다.

△필리핀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일반 상점에서 일을 했다.

△한국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금은 없다. 처음엔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해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어려운 단어 빼고는 웬만하면 대화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음식도 처음엔 잘 맞지 않아 속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못 먹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음식도 그런대로 할 줄 알아서 별로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 없다.

△부부싸움은?
=안 싸운다. 워낙 잘해준다.
처음 한국 왔을 때에는 집밖에 못나가게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외국인 며느리들이 밖에 나가서 나쁜 것을 배워오거나 집을 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그렇게 하신 것 같다. 서로 믿음이 없었으니까.

남편이 여기저기 잘 데리고 다니고 친구들 만날 때도 늘 나와 함께 다닌다. 지금은 믿음이 생겨 다니는 거에 별 신경을 안 쓴다.

나영이한테도 잘 한다. 아이 키우는 것도 잘 도와줘 별 어려움 없다.
아무말 없이 옆에서 듣고만 있던 남편 임관규 씨가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싸우고 살아요.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야 40년인데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도 짧은 시간을 뭐하러 싸워요”라며 부부사랑을 과시했다.

△한국에서의 꿈이 있다면?

=지금은 아이가 어려 아이 키우는데 전념해야한다. 또 뭘 배우려 해도 국적이 있어야하는데 한국오고 4년이 지나야 국적이 나온다.

아이가 좀 크고 국적이 나오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다.
시어머니 나이가 많아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요양보호사를 하고 싶다.

내내 옆에 앉아 있던 채리 시어머니는 “결혼하고 한 1년 동안 아이가 안 들어서서 걱정을 많이 했어. 내가 아이 낳으면 백만 원 준다고 약속을 했지. 그래서 우리 나영이를 낳았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아 약속대로 백만 원을 채리에게 주었어”라고 한마디 거드시며 “나하고도 부딪치는 일 없이 잘 지내. 채리는 잘못을 스스로 먼저 느껴서 말하기 전에 먼저 알아서 고쳐. 때론 내가 말을 안 하고 있으면 답답하다고 쫓아다니며 말을 걸기도하지. 본인 스스로 많이 노력하고 있어 예뻐”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나영이가 외로우니 아이를 하나 더 낳아야하지 않냐는 물음에 “아이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리고 남편 나이가 많아서…."라며 웃음을 보이는 채리를 보며 착하고 순수한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