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무소속 군단, 콜럼버스가 될까?
세종시 무소속 군단, 콜럼버스가 될까?
  • 유재근 객원기자
  • 승인 2018.05.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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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근 칼럼]
유재근 ⓒ백제뉴스DB
유재근 ⓒ백제뉴스DB

 

마치 같은 한나라당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권을 향해 세종시 원안사수를 외치며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하던 친박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세종시 지방선거에 무시할 수만은 없는 변수가 생겼다. 세종시 중앙공원 원안사수를 외치며 세종시, LH, 행복청과 대응해왔던 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나란히 무소속으로 시의원 선거 출마를 확정했거나 선언 단계에 와 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인 신도심 내 주민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증앙공원 개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9선거구(도담동 10~12통, 20~21통, 23~24통, 어진동)에 출마를 선언한 손태청(53) 전 세종시민연합 공동 대표, 14선거구(보람·대평동)에 나선 박남규 전 세종시민연합 공동대표, 13선거구(고운동)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황준식 고운뜰공원 정상추진위원장 등이 그들이다.

체험 공간, 습지, 이용형 공원의 기존 중앙공원 계획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길을 잃고 있다. 처음에는 이곳에 자경을 하던 원주민들의 반발로 시작했지만 환경보호단체들이 가세해 해당 구역에 살고 있는 금개구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번져 중앙공원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 착공이 지연되고 공원 면적이 감소할 경우 공사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LH와 행복청이 갈등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양쪽의 이전투구만 더해지고 있다.

더불어 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그간 계속 시민단체의 뜻과 다른 입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LH와 행복청의 일인 만큼 관여하지 않겠다며 팔짱을 낀 상태고, 몇 몇 시의원들은 환경보호를 내세우며 기존 농민들의 표를 의식한 수정안 찬성여론을 내기도 했다.

결국 무소속 연대의 등장은 일련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세종시 인터넷 커뮤니티인 ‘세종시닷컴’에서 주로 여론을 이끌어왔던 이들이 ‘차라리 당신들이 정치를 해봐라’라는 자천타천의 호응 속에 여기까지 오고 있다.

물론 한계가 분명한 조직이다. 무소속의 한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존에 자신이 살던 지역이 아닌 당선 가능, 혹은 중앙공원 반대 유력인사가 출마했던 지역으로 선택출마를 하면서 기획출마의 양상이 보인다는 점, 일부는 이미 기성정당으로 출마를 준비했다가 낮은 공천 가능성을 보고 무소속으로 선회했던 점이 눈에 보인다.

무엇보다 결국 정치를 하려고 시민운동 하는 척 했다고 보는 사람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중앙공원이 분명 세종시의 큰 이슈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이들에게 어필이 되겠느냐는 과제가 있다.

좋은 말로 도농복합도시, 그러나 뜯어보면 원주민과 이주민의 견해차도 크고 행정도시를 중앙에 놓고 읍·면이 둥글게 둘러있는 만큼 그 읍·면마다 입장이 다 다르고 이주민들은 매우 개인적인 성향이 있다. 여기에 시민들의 지지율과 상관없이 정당은 또 그것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정치노선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새로운 당원들이 투입되어도 기존의 지향점을 깨긴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무소속 연대가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그들이 콜럼버스라면 새 길이 열리겠지만, 시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시도로만 그친 무모한 도전이 될 것이다. 어쨌든 관심도가 떨어져 있던 시의원 선거 구도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