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단상] 2018년 충남도지사 선거에 웬 사상검증?
[취재단상] 2018년 충남도지사 선거에 웬 사상검증?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8.02.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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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설 3명.(좌로부터 양승조, 박수현,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후보경선에 나설 3명.(좌로부터 양승조, 박수현, 복기왕)

 

선거가 항상 그렇듯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자기 장점 뿐 아니라 상대를 깎아내리는 일도 쉽사리 보이는 싸움터지만 간혹 일부의 도를 넘는 행위는 일반 시민들의 눈으로는 정치에 혐오감만 주게 돼 남을 깎으려다 자신이 깎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게 무슨 간첩 때려잡던 시절의 이야기인가 싶다. 세상이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진 2018년의 충남도지사 경선에서 여전히 티끌만도 못한 과거 경력에 집착하며 정치인의 일생을 북한의 사상검증 하듯 하고 있고, 사실관계를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자신들이 정해놓은 결론만 주장하며 그것 외에는 거짓임을 외치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어 가히 민망하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경선에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둘러싼 공방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 전 대변인이 이상재 전 의원 보좌관을 한 바 있다는 소문을 경선의 주요 이슈로 활용하려는 일부 지지층의 움직임으로 정책 경쟁이 되어야 할 경선판이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대변인이 이미 이 전 의원의 일을 도운 적은 있지만 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루머를 양산하고 이제는 이상재 보좌관 이후 시절부터 민주당 입당 사이 기간의 행적을 밝히라는 등의 파생이슈를 만드는 모양새는 한창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교 학력 위조 논란’ 소위 타진요의 후속을 보는 듯하다.

필자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교과서에 실렸던 ‘우리는 한겨레’, ‘단일민족’이란 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무려 19명의 귀화 선수들이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태극기를 달았다. 정말 만일 필자가 모르고, 박 전 대변인이 꼭꼭 숨기고 있는 과거의 무언가가 혹시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수십 년 전의 일이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할 충남과 얼마나 큰 관련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충남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내놓은 통계지표를 참조하면 충남지역 15개 시·군 중 무려 10개 시·군이 지방소멸 위험단계에 진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을 살릴 정책들을 앞 다투어 내놓고 도민과 당원들의 지혜로운 선택을 부탁해도 모자랄 시간에 왜들 그러고 있는지 답답하다.

새 정치의 정체성을 망가뜨리는 건 오히려 출판기념회에 버스를 동원해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의 금권선거다. 결국 이런 움직임 때문에 중앙당이 조기경선을 얘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름다운 경선 속에 패배한 후보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성공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일어나야 할 선거의 장이 더 이상 오염되어선 안 될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시민들의 눈높이와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그에 걸 맞는 품격 있는 선거 문화를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