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救黨)위해 나설 사람, 그리도 없나?
구당(救黨)위해 나설 사람, 그리도 없나?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7.12.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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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유재근
유재근 © 백제뉴스

내년 지방선거를 고작 6개월 앞둔 현재지만 출마 경쟁이 치열한 여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렇다 할 거물급 주자들이 실종된 상태다. 심지어 서울시장 자리마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니 다른 곳, 역시 충남도 인물난으로 골머리를 앓긴 마찬가지다.

언론을 통해서는 이명수(아산시 갑, 3선), 홍문표(3선, 홍성군·예산군), 정진석(4선, 공주시·부여군·청양군), 김태흠(2선, 보령시·서천군) 현역의원과 함께 저저번 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박상돈 전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언론의 언론플레이에 그치고 있다.

현역들은 당선 가능성 면에서 볼 때 의원직을 던지고 나설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고, 원외 인물들은 인지도 면에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부지사 출신의 행정가로 도지사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이명수 의원은 강력한 출마의지를 표명하던 과거의 입장에서 몇 발 물러서 있다. 홍문표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선거를 치러야 해서 나갈 수 없다고 진작 발을 뺀 상태다.

정진석 의원은 이미 지난 몇 년간 2년마다 선거에 출마해 피로함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로 출사표를 냈던 정 의원은 2014년 충남도지사, 또 2년 뒤인 2016년 20대 총선에 연이어 유세차량에 올랐다.

문제는 정 의원마저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자유한국당의 어려움이 극에 달했다는 데에 있다. 현역 당내 충남 최다선으로 원내대표까지 지내 야당 인물 가운데 인지도나 지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정 의원은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경선 패배 후 자신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박상돈 전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의원마저 도지사와 천안시장 중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 여전히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의 민심이 여당 쪽으로 맞닿아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폭풍은 피하고 보자’거나 ‘자기자리 지키기’에만 안주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부끄러운 현실이다.

여당 내에 출마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는 예단하기 힘드나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최종 낙점된다면 이미 그를 한 번 꺾어본 전례가 있는 정진석 의원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것이다. 만일 그런데도 끝까지 거부한다면 당의 요구를 외면한다는 비난과 함께 차라리 박 대변인이 당선되어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경쟁자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6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국내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언제 여론의 추가 기울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충청권의 감춰진 보수 지지층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카드가 발동하지 않을 경우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 만큼 결과를 속단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인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으나 때로는 당을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때 당의 출마 요구를 뿌리치고 본인의 대선 가도를 위해 대구로 출마했다가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이정현 전 대표는 안 된다고 남들이 다 말리던 광주에서 3번이나 낙선한 끝에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깊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