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시대의 부름에 응답할까?
안희정, 시대의 부름에 응답할까?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6.09.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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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불펜투수’ 안희정의 투구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마운드에 오를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그만큼 내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도 빨라졌다.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교동도 친노도, 친문도 비문, 고향도 지역도,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여년의 시간도 뛰어넘어 극복 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대권도전 선언을 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보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본인은 ‘10년 전에도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견제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열려있는 안 지사가 그저 과거의 생각을 재탕하는 것 정도로 정치적 담론을 설파했을 리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 지사는 야권 대선후보 주자들 가운데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독보적 선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친다는 걸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수치다.

본인 또한 이게 기회이자 리스크임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세력은 많지만 대권 후보 경쟁에서 같은 파이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그냥 싸우긴 불리하고 그렇다고 각을 세우고 경쟁하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내세운 게 자칭 ‘불펜투수’론이다. 지금은 불펜에서 열심히 몸을 풀고 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서겠다는 의지였다.

아마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패해 문재인 전 대표가 상처를 입었거나 혹은 ‘호남에서 지지를 거둔다면 은퇴를 하겠다’던 문 전 대표의 선언이 현실화 됐으면 구원등판의 가능성이 열릴 뻔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선언 자체가 모호해지면서 잠시 주춤했던 안 지사다.

일단 안 지사의 이번 발언은 지난달 소위 ‘역동성 없던 전당대회’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좋다. 당초 친문 주류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후보가 너무 손쉽게 당선이 되면서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역동성이 없다.’, ‘문재인 대세론으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래서야 문재인 말고 누가 경선에 출마하겠느냐.’는 우려에 김부겸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고 안 지사도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안 지사가 출마 선언을 한다면 이후에 많은 난관을 지나야 할 것이다. 먼저 지사직 유지 혹은 포기 여부,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인한 극복과제가 있을 것이고, 심층적으로는 이번에는 단지 경선출마 자체에 의미를 두고 페어플레이나 할지 아니면 꼭 이기겠다는 각오로 문재인에게도 칼을 겨눌 수 있을지 명확히 해야 그들의 공통된 지지자들도 판단을 정확히 내릴 것이다.

‘인지도가 부족하다, 경험이 부족하다’와 ‘젊다, 참신하다’는 서로 대척점의 관계에 있다. 정치적인 것들을 떠나 사람 자체로만 볼 때 안 지사는 충청대망론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임엔 분명하지만 전국적인 지지도는 떨어지고 중앙정치의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고, 젊고 참신하지만 과거 보수 지도자들에 대한 포용력 등으로 다른 야권 후보에 비해 어른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건 가장 큰 강점이다.

안 지사가 과연 어떤 쪽의 평가를 더 많이 받느냐가 안 지사의 등판이 태풍처럼 커질지 미풍에 그칠지를 가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