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청와대, 국회 옮기자는 남경필
세종시로 청와대, 국회 옮기자는 남경필
  • 유재근
  • 승인 2016.06.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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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유재근
© 백제뉴스

대선 조기등판론이 일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기존의 기득권을 깨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국가에 새 화두를 던졌다.

남 지사는 15일자로 보도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와 같은 날 경기북부지역 국회의원·시장·군수 간담회에서 연속적으로 이같이 밝히며 “세종시와 서울로 이원화된 여러 행정기관 때문에 오는 낭비, 비효율이 굉장히 심각하다. 국회와 청와대를 모두 포함해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아닌 여당의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에 한 번 놀라고, 이게 세종시장도 아닌 경기도지사의 발언이라는 데서 한 번 더 놀랄 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로 수도 이전을 추진할 때 반대했던 게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이었다. 비록 남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소장파로 알려져 왔었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득권의 상징의 본원에서 기득권 타파 카드 중에서도 가장 큰 카드인 청와대와 국회의 이전을 꺼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말도 전임 김문수 지사와 정 반대의 스탠스여서 파격적이다. 김 전 지사는 임기 내내 줄곧 수도권 규제 완화를 입에 달고 산 인물이었다. 경기도지사라는 타이틀에만 한정한다면 그럴만한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 자기 지역의 이익만 따져가며 저렇게까지 해야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비판을 받았고, 결과 이번 총선에서 돌연 대구에 내려갔다 패배하는 원흉이 되기도 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된 이해찬 의원이나 2위로 낙선한 박종준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국회 분원 추진 공약보다 진일보, 아니 훨씬 진전된 공약이다. 수도권이 더 이상 과밀화되기 전에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상식적 판단보다 이미 그들, 기득권 세력이 갖고 있는 막강한 득표력이 정치인에게는 더 무서울 것임에도 과감히 화두를 던졌다. 실제 더민주가 총선을 앞두고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을 내세울 것이라고 했다가 돌연 취소했던 게 이번 총선에서 늘어난 수도권 의석수에 대한 두려움이란 뒷얘기가 있었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남경필, 원희룡 등 젊은 도지사들의 조기등판 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남 지사의 이번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본인은 당장보다는 경기도를 리빌딩하면 대한민국도 리빌딩할 수 있다는 통찰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뒤 나서고 싶다는 입장인 만큼 당장은 이렇게 지역 뿐만 아니라 종종 국가전체의 아젠다를 내면서 전국적 지지도를 확장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의석수로 갈리는 총선에서는 아무래도 승리를 위해 더 많은 의석수가 있는 지역을 신경 써야 한다면 대선은 전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충청의 승리가 곧 대선 승리를 의미했던 과거의 대선을 거울삼아 분명 각 당에선 충청권, 특히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공약 내는데 큰 힘을 쏟을 것이다. 일단 그 포문은 열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