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고 학생들, 정안 어물리서 손모 심은 사연
한일고 학생들, 정안 어물리서 손모 심은 사연
  • 김종술 기자
  • 승인 2016.05.31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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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고 학생들이 손 모를 심으며 모내기체험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작은 들녘 시골 마을이 왁자지껄하다. 인근 학생들이 모내기 체험을 위해 찾아든 것으로 모처럼 활기를 띤다.

28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에 인근 한일고등학교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들까지 100여 명이 모였다. 지난 4년 전부터 자매결연을 통해 봄부터 손모를 심고 가을이면 수확해서 떡을 나눠 먹고 있다.

예전에는 모심는 날이면 온 가족이 동원된다. 이웃집에 품앗이까지 큰 잔치였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줄어든 요즘 모내기는 기계로 심는다. 이양기 한 대면 하루에 50마지기 정도는 심는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령화로 잊혀가는 농촌의 현실을 알리는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거머리 없어요."
"너 오늘 죽었다 흐흐흐"

1학년 학생들이 신발을 벗으면서 묻는다. 지난해 경험이 있던 2학년 학생들이 웃으며 겁을 준다. 백옥같이 하얀 발목을 물컹거리는 논에 넣어 본다. 느낌이 이상했는지 주춤한다.

"흙을 밟으면 무좀이 없어지는 거야"

"모판을 잡아서 한 손으로 잡을 정도만 떼어 내는 거야, 그리고 손으로 이렇게 밀어서 3~4포기를 다시 떼어내서 여기 빨간 꽃이 핀 표시에 심는 거다."

최상규 마을 이장이 모를 심어 보이면 설명을 한다. 논두렁 밟으면 안 돼, 오늘 손모를 심어야 하는 논은 450평 정도다. 천방지축 논두렁으로 내려가는 아이들, 이를 제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아-아, 아이고- 어- 으악"

"앗 거미다, 아냐 소금쟁이야, 읔-하하하"

시끌시끌 북적북적, 시장바닥처럼 변했다. 모를 심기 위해 쳐놓은 줄 뒤로 기다랗게 들어선 학생들, 뒤에서 장난을 치던 학생들도 흥이 났다. 개구리 한 마리 손에 든 학생 주변으로 몰려드는 친구들까지 앞에선 모를 심고 뒤에선 장난질이다.

"자-일어나, 뒤로, 뒤로, 줄 넘어갑니다, 뒤로"

줄잡이에 나선 동네 주민도 흥이 났다. 점차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은 논둑에서 연신 훈수를 둔다. 한번 심고 두 번 심어본 학생들이 금세 적응을 하고 손발이 착착 맞아 떨어진다. 느린 옆자리 친구의 빈틈까지 채워준다.

장난을 치며 논에 뒹굴었던 학생들의 옷과 얼굴에 흙투성이다. 부모님들은 연신 아이들의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며 바쁘게 뛰어다닌다. 교대, 교대하던 모내기가 12시가 되어서 끝이 났다.

"학생들이 쌀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최상규 이장은 "지금 아이들이 쌀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쌀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잊혀가는 농촌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이런 체험을 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농가에 도움은 없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까지 서로 교류하면서 정을 나누고 싶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심기를 설명하고 있는 최상규 이장 © 김종술

한일고 1학년 최준영 학생은 "경기도 파주 도시에서 살다가 와서 모심기는 처음이었다. 모 심으러 들어간 논에 벌레가 많아서 그런지 간질간질 이상했다. 오늘 체험으로 농촌의 어려움과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보았다. 가을 수확체험에 참여할 것이며 오늘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내기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인근 마을회관으로 이동했다.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친환경농산물로 차려진 곰취 주먹밥, 김밥, 두릅나물, 취나물, 고사리, 제육복음, 김치 등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한일고에서는 가져온 수박을 나눠 먹으면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어물리 최상규 이장이 학생들에게 모심기를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