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 역주행 막아야 세종시 산다
젊은 부부 역주행 막아야 세종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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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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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재근
유재근 © 백제뉴스

세종시내 신생아 숫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을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신도시에 신규 아파트가 급속도로 들어서면서 신혼부부들이 물밀듯 들어오는 세종시에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신생아와 어린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쩔 땐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많다. 그만큼 행정이나 인프라가 따라가는 속도는 체감적으로 낮다. 서서히 신도시의 탄생과 함께 세종에 자리를 잡았던 이주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며 다시 옛 지역으로 돌아가겠다는 역주행 의사를 보이고 있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서만 보던 유치원 대란이 세종시에 닥쳤다. 세종시는 행복도시 출범 이후 전 유치원을 공립단설유치원으로 건립해 명품교육을 실시한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그 결과 각 생활권 내 2~3개의 단설유치원이 건립됐으나 최초 전입예정자를 대상으로 했던 조사와는 달리 실제로는 젊은 층이 전·월세로 다수 유입되면서 유치원 부족현상이 매년 심해지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과밀학급, 과밀학교가 증가하면서 각종 부속실을 교실로 바꿔도 모자랄 지경에 이르러 바로 옆에 학교를 두고도 먼 학교를 보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명품교육, 스마트 교육은 이미 저 멀리 던져진지 오래다.

그 뿐인가? 소아과는 오전이든 오후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단순진료에도 2시간 이상 씩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고, 국립세종도서관 지하1층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해 이미 조용히 책 볼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최근 세종시와 교육청, 행복청이 보육대란에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행정력이 얼마나 빠르게 펼쳐질지, 또 단순 처방에 그치고 마는 건 아닌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정부에서 공립유치원의 유아 수용 기준을 기존 초등학교 정원의 1/4에서 1/8로 낮추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시행될 경우 더 큰 혼란이 불 보듯 뻔 해진다.

이춘희 시장이 서울대병원 세종시립의원의 폐쇄를 결정하면서 정략적이라는 비판까지 일 정도로 큰 비난을 받았다. 연간 15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하지만 방문자 수가 급격하게 적은 시립의원을 지역의 필요에 맞춰 노인전문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안 그래도 의료수준이 떨어지는 세종시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세종시립의원과 경쟁관계에 있던 충남대병원이 2018년까지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건립을 따냈지만, 현재 어진동에 위치한 세종의원의 운영실태는 가관이다. 최초 총 15개과에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내세웠지만, 현재는 가정의학과 한 개만 남고 다 없어졌으며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환자발생 시 해당진료가 가능한지 미리 전화를 해보고 방문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충남대병원 측은 도시 출범 때와는 달리 지금은 민간 의료기관이 많이 생겨서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하지만 의원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난 인구 숫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상주 의사들이 없다보니 시민들의 신뢰나 이용도가 자연히 줄어들었을 뿐이다.

세종시에서는 그런 점을 감안해서 충남대병원 세종의원의 정상진료와 야간 소아응급실 운영 등의 응급실 운영 정상화를 요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춘희 시장은 응급환자 발생 시 대처 방법에 대해 2018년까지는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인근의 유성선병원을 이용하시라는 안일한 답변을 일삼고 있다.

세종시에 젊은 부부들이 증가한 건 신도시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아파트 물량의 대거 유입으로 낮아진 전·월세 가격이 가장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안일한 방법으로는 그들의 역주행을 막을 수 없다.

공주에도 이제 신관동을 비롯해 웅진지구와 월송단지가 신규 아파트 공급을 시작했고, 대전도 도안지구와 학하지구, 관저지구가 세종시의 인근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주변도시의 블랙홀로 불렸던 세종시가 방향을 잃는다면 이들이 기존의 도시로 돌아가는 일도 가속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