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건지 빠진 건지 알 수 없는 '이해찬의 발톱'
숨긴 건지 빠진 건지 알 수 없는 '이해찬의 발톱'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5.08.29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유재근
© 백제뉴스

지난주엔 세종청사를 둘러싼 한 가지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나쁜 소식은 내년도에도 공무원들의 통근버스 예산이 책정됐다는 거였고, 좋은 소식은 국무총리가 미이전 행정기관들의 이전절차를 마무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거였다.

세종시가 가파른 인구 상승을 보이고는 있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업무 추진으로 인해 당초 기대한 국토의 균형발전보다는 주변지역의 인구만 빨아들이는 한계점 있는 발전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 시민들 역시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행정기관의 정상적인 이전, 그리고 그 기관 산하 공무원들의 이주를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인구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높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시의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처지에 불안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기분 좋게든, 울며 겨자 먹기든 어쨌든 정부기관들이 세종시로 내려오고는 있지만, 정작 거기 공무원들의 주거선택의 자유까지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통근버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맨 땅에 덜렁 놓여있는 청사 하나. 처음에야 그들의 이주를 요구하는 게 가혹한 일이었으나 국무총리실이 처음 세종으로 이사온 게 이제 벌써 3년. 그 사이 세종시는 충분한 정주여건을 갖추었다. 첫마을 뿐 아니라 도담, 종촌, 아름, 고운동에 사람과 자원이 넘쳐나고 최근 분양된 새롬동, 다정동은 엄청난 청약 경쟁률 속에 마감 행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주하고 싶어도 자녀 교육문제, 배우자 직업문제 등으로 그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해 자의와 상관없이 몸 고생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국민의 혈세를 들여 그들의 개인적 편의를 봐줘야 하는 건 아니다. 언제 어느 지역으로 발령나고 또 그로 인해 이사를 가야되는지 모르는 일반 직장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을, 그것도 산간 오지들을 골라 발령받는 군인들, 또 예를 들어 같은 충남에서도 언제 당진에서 금산으로 전출갈지 모르는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에서도 분명 어긋나는 일이다.

이춘희 시장이 이에 대처를 하고는 있지만 힘도 없고 역량도 부족한 느낌이다. 이 시장이 분명 세종시의 수장이기는 하나 정부가 모든 통제를 하고 있는 세종청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고, 도시건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주관하다보니 신도심 내에 건설과정의 문제나 그에 따르는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서는 민원 해결 능력 권한도 없다.

그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뜻을 전달하거나 건의사항을 몰아놨다가 가끔 저번 황교안 총리 방문 때처럼 높은 분이 오면 요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국정에 권한도 있고, 대한민국 내에서의 영향력도 있는 이해찬 의원이 이럴 때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한데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해찬 의원이 며칠 전 재외국민투표 가능법을 발의했다. 국무총리도 하고 6선이나 지내고 있는 원로의원이니 국가의 중요한 담론이 있다면 분명 그에 맡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이 풀어내야 할 큰 이슈를 못 본 채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뻔한 토목공사 몇 건, 시골에 경로당 몇 개 지어주고 생색낼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지 주요 현안까지 눈 감아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행복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은 국가적인 문제이며 또 본인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이 의원이 지금 당내 사정으로 비록 조심하고는 있지만, 내년 총선에 나서겠다는 뜻은 분명히 하고 있다. 인지도나 지지도 면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세종시의 젊은 시민들은 자신들을 위해 좀 더 공격적으로 발 벗고 뛰어줄 젊고 역동적인 사람을 원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해찬 의원이 세종시의 안착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 움직임을 드러내고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