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빨간 구두
  • 백제뉴스
  • 승인 2015.07.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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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영숙
조영숙 © 백제뉴스

초등학교 5학년 리드합주부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였습니다. 운동회 날이면 면내 많은 분들이 합주 퍼레이드를 보러 오셨습니다.

시골에서 보기 드문 행사여서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준비를 하였습니다. 합주복을 멋지게 맞춰 입고 단체로 빨간 구두를 신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빨간 구두를 사기에 제 발이 너무 컸습니다. 단돈 1500원이면 살 수 있는 빨간 구두였는데 시내 어디를 가 봐도 제 발에 맞는 것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운동회 날이 다가오고 저는 하염없이 아버지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제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타셨습니다.

처음 보는 상점으로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검정 돋보기를 쓰신 나이 드신 아저씨는 돋보기 너머로 저를 흘낏 바라보시더니 하얀 종이위에 발을 올려놓으라고 했습니다.

발을 올려놓자 발 모양을 따라 무언가 그리기 시작하셨습니다.

두려운 마음에 다시 아버지 손을 잡고 나오면서 아무것도 묻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1500원이면 살 수 있는 구두를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도 딸이 실망할까봐 그보다 5배나 비싸게 가죽구두를 맞추어 주시러 구두방에 데리고 가셨던 것이었습니다.

그 구두가 가죽인지도 모르고 저는 빨간 구두를 신고 합주퍼레이드를 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세월이 지나 친정집에 가서 오래된 앨범을 열어보니 그 날 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 속에 빨간 구두를 신고 수줍게 서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맞추어 주신 구두는 제게 이러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첫째, 합주단원으로서 무사히 퍼레이드를 마칠 수 있었고(책임감, 공동체)  둘째, 제 발에 맞는 구두를 구해 주시고(눈높이 자녀교육, 개별화 맞춤교육)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하셨던(노력하는, 적극적인)  셋째, 그런 아버지의 깊은 사랑에 힘을 얻어 교사로서 길을 걸어 되었다는 것.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구두라는 매개체로 인해 부모간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 지고 장래에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주었듯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그 누군가에게 구두같은 매개체로 인해 꿈을 키워주고 자존감을 세워주어 갖고 있는 꿈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지는 의미있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나에게 다가올 새로운 구두를 소망하면서.

/천안일봉유치원 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