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모습 찾아주기
아름다운 모습 찾아주기
  • 백제뉴스
  • 승인 2015.05.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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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영숙
조 영 숙

야생화 꽃밭에 여러 종류의 싹이 흙 모자를 쓰고 삐쭉 솟아오르고 있다. 작지만 단단한 싹들이 땅 위에 제 몸을 올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싹들이 경주하듯 키를 재고 있을 때 이미 할미꽃은 활짝 피어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다. 아침마다 만나는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봄빛으로 물들어가고 들판은 개나리꽃으로 눈부시다. 제비꽃, 목련꽃, 개나리꽃…….

이렇게 이름을 부르다 문득 출석부에 적혀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표정, 말투,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주의 산만함, 불안함, 난폭함, 외로운 표정들의 얼굴들이 지나간다.

학부모들과 개별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의 내용은 생활지도, 인성, 교우관계, 학습참여도, 과제수행능력 등이며 이를 위해 사전에 행동을 관찰하고 활동모습이 담긴 사진자료를 준비하여 함께 의견을 나누며 아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면담을 하러 오기 전 혹시 우리 아이가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오신다. 때문에 상담을 시작하기 전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문제라고 진단하기 이전에 충분히 그 아이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는지 내면에 있는 작은 상처는 발견하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만 보고 주관적인 판단을 했는지 되짚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문제라고 생각하며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우리 아이도 그런걸요?” 라는 한마디에 어머님들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동의 책임을 느끼며 해답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면담에는 주로 어머니들이 온다. 친밀감이 형성되기 전에는 상대방을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탐색기를 거쳐야 한다.

어머니의 시선에서 바라 본 아이는 한 방향에서 본 것이 전부일 수 있다. 가정을 떠나 기관에서 가족이 아닌 구성원들과 하루를 보내면서 여러 가지 행동들이 나타난다.

문제이기보다는 발달의 속도에 개인차가 있을뿐이다. 그 시기에 이루어야 할 발달과업이 있지만 모든 아이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속도로 발달하지 않는다. 다른 유아와 비교하기보다는 아이속에 잠재되어 있는 여러 영역을 비교해 주어야 한다.

어머니의 시선에서 또는 교사의 시선에서 바라 본 것이 전부가 아니듯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

언젠가 점심을 먹고 교정을 산책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겨 심은 느티나무를 본 적이 있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앞에 보일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느라 매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심으면 되지 무슨 방향을 잡고 고민을 할까? 그러다 문득 꽃에도 얼굴이 있다며 화분을 이리 저리 돌려보던 친구가 떠올랐다.

그저 식물일뿐인데도 좋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주려고 정성을 기울이는 손길을 보면서 면담이라는 취지하에 부족한 점, 고쳐야 할 점을 먼저 내세워아름다운 모습을 찾아주기보다는 어두운 뒷모습 그리기에만 연연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본다.

열심히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불만이 가득하거나 화가 나 있는 표정의 얼굴도 찬찬히 들여다보니 아름답고 귀하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

나무와 꽃은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앞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아름답고 귀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앞모습, 뒷모습, 옆모습이 예쁜 그런 모습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

봄빛처럼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가며 개나리보다 더 눈부신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꼭 찾아주고 싶다.

/천안일봉유치원 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