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의 꽃밭을 가꾸다.
또 다른 나의 꽃밭을 가꾸다.
  • 백제뉴스
  • 승인 2015.04.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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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조영숙
조 영 숙

올 봄에는 유난히 꽃집을 많이 들렀다. 베란다에 하나 둘 모아 둔 꽃들로 작은 꽃밭을 이루었다.

거북이가 살고 있는 항아리 어항이 가운데 자리 잡고 그 주위를 초코민트, 핑크나비, 카랑코에, 아이비, 장미허브 등이 담처럼 둘러쌓여 예쁜 미니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아침, 저녁으로 창문을 열어두어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맡게 해주고 퇴근하고 들어오면 꽃들에게 이런 저런 인사말을 하며 한번 씩 어루만져 주었다. 

어느새 베란다는 꽃들을 바라보며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꽃집에 자주 가다보니 꽃집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샤워기로 뿌려주어야 하는 꽃들, 꽃잎이 물에 닿는 것을 싫어해 화분을 물속에 담가서 키워야 하는 꽃들, 1주일에 한번만 주어야 하는 꽃들,  바람을 좋아하는 꽃들, 햇빛을 많이 받아야 잘 자라는 꽃들!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았는데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오늘 잘 지냈어? 더 예뻐졌구나! ” 하면서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주다보니 교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유별나고 개성 강했던 아이들과 다름없이 이 작은 꽃들도 저마다의 생육환경이 다르고 주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야 잘 자란다는 것을! 

원감이라는 직급이 바뀌면서 365일을 함께 생활했던 사랑스러운 우리 반 꼬마들과 작별을 하고 낯선 도시로 근무지를 이동하게 되었다. 

생활터전이었던 교실을 떠나 교무실에 둥지를 틀고 나니 내 반, 내 아이들, 담임선생님이었던 지난 시간들이 그리움으로 바뀌어 가끔씩 울컥하게 만들었다. 

지난 날 함께 했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허전함을 달래주기 위해 사다놓은 꽃들을 보살펴 주다보니 지금의 아름다운 꽃밭이 만들어진 것 같다.

교무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바쁘게 움직이며 업무를 수행하는 선생님들을 바라보게 된다. 

어떻게 도와주고 지원해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각 교사의 특징에 맞게 설계도 해주고 적절한 격려와 칭찬을 해주지만 잘하고 있는 것인지 가끔씩 의문이 들어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불과 몇 달 전의 내 모습이라는 것을 떠올리면서 교사의 마음을 읽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다가올 때마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려고 끙끙거리지만 해결책을 못찾아 가끔식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유능한 원감, 좋은 원감이 되는 것이 왜 이리 어렵고 힘든 것인지, 투덜거리다가 문득 친구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아주 중요한 면접시험이 있었는데 “꽃을 잘 기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단다.  물, 공기, 햇빛, 거름 등등 여러 조건을 읊어댔더니 그 친구는 “사랑과 관심이 제일 중요해” 라고 대답하였다. 식물에게조차 어떠한 조건보다도 보살펴주는 사람의 사랑과 관심이 그들을 생육하고 번성하게 한다는 대화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는 해답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업무수행능력, 전문성 계발, 수업지도, 생활지도에 유능한 교사로 줄 세워서 바라보기보다는 사랑과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선배가 되리라! 

이 밤이 지나면 아마 내일도 아직은 익숙지 않은 낯선 길, 낯선 이정표, 밀려오는 많은 차들 속에 파묻히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출근을 하게 될 것이다. 

차선을 지키며 달려가는 크고 작은 차들 속에서도 베란다에 잘 자라고 있는 나의 꽃들처럼, 또 다른 나의 꽃밭을 가꾸기 위해 마음바구니에 사랑과 관심을 가득 담고서 살아 움직이는 나의 꽃들을 만나러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잔인한 4월을 아쉬워하며.

/천안일봉유치원 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