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가 춤추고, 헬스하고...
80대 할머니가 춤추고, 헬스하고...
  • 최규용 기자
  • 승인 2008.08.2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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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숙 덕지보건진료소장

도심지 부잣집 할머니로 생각하기 쉽다.

요즘 고령화시대다 뭐다해서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소일거리 없이 하루를 보내거나 노인 회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오히려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마을에서는 춤바람이 한창이다.

공주시 탄천면 덕지리. 공주시내에서 승용차로 20분 넘게 들어가야 하는 이 동네에는 최근 보건진료소(진료소장 안정숙)가 새롭게 단장하고, 문을 열었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바로 옆에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만들어졌지만 혜택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오지다.

그런 오지에 오후만 되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고 할머니들의 춤바람이 시작된다.

80넘은 언니들이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하는 것을 보고 안정숙 소장은 “저 어르신들 모두 예쁘지 않아요?” 연세는 드셨지만 볼 때마다 예뻐 보인다는 얘기다.

5월에 열린 ‘제1회 공주시 노인건강체조대회’에는 ‘블루마마’란 팀명을 갖고 출전해 1등상인 건강상을 받았다.

올해로 부임한지 10년이 되는 안정숙 진료소장이 특별히 아끼는 블루마마를 아끼는 것은 어르신들이 춤바람이 난 뒤로 밝아졌기 때문이다. 팀원 중에 정신분열증 환자도 있고, 우울증 환자도 있었는데 함께 모여 운동하고, 춤추고 하면서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진료소에 들어서자마자 건강증진실로 들어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돌리고, 러닝머신에도 올라가 달리고(달린다기보다는 러닝머신에 부대껴 정신없이 발을 옮기는 수준이지만), 훌라후프를 돌린다. 어르신들은 훌라후프를 돌리는데도 발동이 걸려야 한단다. 몇 번을 실패하고 겨우 감각을 찾아 훌라후프를 돌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다.

블루마마의 오늘에는 안소장의 열의가 크다.

마땅히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장소도 없어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농촌 노인들이 즐거움을 갖고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했다.

지금은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위해 관절염 체조를 준비하고 있다. 고무벨트를 이용한 운동으로 노인들과 주민들이 관절염을 이기고 예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두고 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요양병원이 생겨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치료도 하고 물리치료도 하지만 예방은 안소장의 역할이다.

사실 진료소를 새로 지을 때 엄청 큰 꿈을 갖고 있었다. 진료소안에 독거노인용 원룸을 짓고 싶었고 시장님도 흔쾌히 허락했지만 주위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진료소에 딸린 원룸에서 생활을 하게 되면 건강을 보살피기도 좋고 어르신들도 편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텐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시도한 곳이 없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덕지진료소는 농촌의 종합병원이다. 안소장이 홀로 지키고 있지만 진료하고 링거도 놔주고, 약도 조제하고, 하루에 평균 25명의 환자들이 안소장의 손길을 거쳐 간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에게도 진료소는 고마운 곳이다. 멀리 공주시내까지 가지 않아도 약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이다.

주민들의 건강이라면 열일 제쳐두고 찾아간다.

너무 열심이라서 그런지 다른 보건진료소장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주민건강을 위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도시민들에게 보건진료소는 생소한 곳일 수도 있지만 지역 건강의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보건진료소다.

보건소는 물론 보건지소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보건진료소는 유명대학병원보다 믿음직스런 건강지킴이다.

농사짓다가 탈수증세로 쓰러진 농민이나 홀로 사는 마을 노인들에게는 생명을 맡기는 유일한 의료기관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보건진료소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링거주사를 투약하지 않고 있지만 탈수증세로 쓰러진 농민에게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안정숙 진료소장은 “교육받을 때 교수님들도 탈수증세가 일어난 농민들에게 링거주사를 놓으면 병원까지 좀 더 안전하게 후송할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지만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