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노모 씨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노모 씨
  • 최규용 기자
  • 승인 2007.04.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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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공주시에 불우이웃돕기 성미 3.5톤

“안녕하세요? 백제신문에서 왔는데요.”

“어떻게 오셨어요?”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거(언론에 밝히는 것) 절대로 안 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 “이왕 오신 손님이니까 들어와서 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라며 차를 내놓는다.

자동차로 올라가기도 힘든 산 중턱에 위치한 허름한 노모(65) 씨의 집. 안내를 맡은 공주시청 담당자와 노 씨, 기자 세 명이 앉으니 방이 꽉 찼다. 말 그대로 오막살이 같은 노 씨의 집을 보면 오히려 도움을 줘야 될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매년 공주시에 3500kg(10kg×350포) 정도의 쌀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선행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해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인터뷰는 사양했지만 마주앉아 이야기 하다 보니 그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운 일들이 하나 둘 밝혀졌다.

처음에는 선행을 하고 싶어도 창구를 몰라 봉사단체에 기부했다. 그러나 봉사단체의 회보에 실리는 것만으로도 이곳저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벌리고 심지어 자신보다 잘 살 것 같은 사람이 찾아와 손을 벌리기도 한다.

“10여 년 전부터 불우이웃돕기를 시작했는데 봉사단체 회보를 보고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구요. 정말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만 손에 금반지 끼고 금목걸이하고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어요. 젊었을 때부터 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처음에는 어디를 도와야 될지 몰라 봉사 활동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있기에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그 단체에 도움을 줬어요. 그런데 그 단체 회보에 소개되고 나니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더라구요. 그러다 공주시에 기탁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여건이 될 때마다 조금씩 내놓고 있습니다. 공주시에 내니까 익명으로 할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주위에 어려운 이웃이 생기면 도와주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 도와주고 나면 공주시에 기탁하는 기간이 조금 길어지곤 합니다.”

지난해에는 700~800kg씩 5번에 걸쳐 쌀을 기탁했다. 올해도 2월에 75포를 기탁했다. 중간에 개별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을 도와준 것까지 하면 5000kg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은 남는 쌀이 많아 남을 돕는다지만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날로 인색해지는 세태에 더 돋보인다.

“이렇게 작은 정성을 보이는데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미안해집니다.”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차 한 잔 마시며 잠시 나눈 이야기 속에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노 씨의 마음을 존중해 성씨와 선행 내용만 생각나는 대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