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구출하기
개구리 구출하기
  • 지희순 정산중학교 교장
  • 승인 2007.04.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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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순 교장

“2080년이면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IPCC의 보고서가 뉴스에 보도되던 날 막연한 불안감이 사실로 닥쳐오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큼 크게 놀라지 않는 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놀라 튀어나오지만 찬 물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죽고 만다고 한다. 물어보나마나 그 개구리는 뜨뜻해지는 물속에서 눈을 스르르 감고 편안함을 즐기다가 그만 죽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는 편하고 깨끗하고 즐겁게 살기를 원한다. 이러한 소위 문화생활은 뒤집어보면 에너지를 많이 쓰고, 물을 많이 쓰고 그래서 공기와 땅을 상하게 하고 물을 더럽히고 모자라게 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자원낭비를 담보로 누리는 문화생활의 편안함에 젖어있다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구의 환경용량의 한계점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그동안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그 심도를 더해갔지만 우리들은 애써 모른 체 외면하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한 줄로 쌓아올린 블록을 밑에서 빼내는 위태위태한 게임을 하는 두 사람 -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물이 부족하다 하면 댐 건설이요, 길이 막힌다하면 도로 건설이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부족한 자원을 아끼고 재활용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우선해야 한다.

아까운 빗물이 하수구에 그냥 흘러가게 하지 말고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야채 씻은 물, 설거지 물, 세탁 헹굼 물 등을 재활용할 수 있는 주택설계를 법제화하고 건축비를 보조해야 한다.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의 샤워꼭지에 카드센서 부착을 의무화하면 물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로건설은 문외한인 일반인이 봐도 지나치다. 자고 나면 생기는 것이 도로다. 대형도로 옆에 또 다른 대형도로를 중복하여 건설하고 나들목을 만드느라 그러지 않아도 좁은 국토의 상당 부분이 도로로 잠식당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새 도로 건설 후 구 도로를 농지나 녹지로 환원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큰 문제다. 치밀한 사전계획을 세워 새 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내고 나머지는 포장재를 걷어내어 동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내주어야 한다. 

그러나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먼저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물, 전기 아끼기, 카풀하기, 자전거 타기, 텔레비전 시청시간 줄이기, 냉난방 적정 온도 지키기 등 안락함을 일부 포기하고 절약과 절제의 미덕을 되찾아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실천을 확산하기 위해, 그리고 개발은 빠르고 복구는 느린 정부의 발전괘도 수정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운동에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계상황에 있으면서도 느긋한 개구리와 다를 바 없는 우리 자신들을 구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