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다문화가정, 결혼이 끝이 아니다
농촌의 다문화가정, 결혼이 끝이 아니다
  • 조성희 / 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
  • 승인 2008.04.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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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네 아저씨 한 명이 어렵게 돈을 마련해 베트남에 색시를 구하러 갔다. 결혼을 하자마자 색시가 집을 나가버리고 8년을 혼자 살다 결국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농림어업 종사자의 경우 2005년 이후 총 결혼 건 중 국제결혼이 전체의 1/3을 넘어서고, 초중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수가 2006년 4월 교육부 집계결과 6,695명으로 확인되고 있는 걸 고려할 때 이제 이런 얘기는 그리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다. 촌으로 시집오려는 한국 여성이 없으니 외국에서라도 색시를 구해오려는 농촌 남성들의 고심과 결단의 뼈아픔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외국에서 색시를 데려와 촌에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무슨 문제이겠는가! 더구나 지금 세상은 국제화 시대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결혼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어촌 지역에서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대두되는 다문화가정은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다문화가정의 형성이 농촌사회의 피폐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다문화 가정의 출현이 농어촌 총각의 결혼과 농촌 노동력 확보 등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과 함께 한국 사회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들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 셋째 다문화 가정이 일반 가정에 비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거나 문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농촌 다문화가정의 교육 실태를 조사해 본 결과 이러한 문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적 측면에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참 힘들었어요. 내 발음이 이상하니까 시어머니는 아이 다 버려놓는다고 혼내고 남편은 잘 도와주지도 않고 …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더니 학교에 들어가서는 엄마랑 같이 다니는 걸 싫어하더라구요.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도 못하게 하고. 아이 학교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데 표현이 서툴러 엄두가 나지 않고, 아이가 싫어하니까 학교에도 한번 못 갔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내성적이 된 게 내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초등학교 6학년생 딸을 둔 중국인 엄마의 가슴아픈 고백이다. 이처럼 언어습득과정에서의 결손은 이후 학습뿐 아니라 또래관계 형성에서의 자신감 결여와 학교생활 적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국제결혼 여성들에게 자녀교육에 있어 큰 상처로 작용하고 있었다.

“학습측면보다도 정서적인 측면이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부부간 문화충돌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이러한 가정 분위기가 고스란히 아이 인성에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국제결혼을 원하는 남성들에 대한 다문화이해 교육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여자만 하나 데려오는 식이 되어서는 이런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남자나 여자나 서로 불행한 농촌 다문화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지금 식이라면 솔직히 저는 국제결혼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예요.”

이주여성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실무자의 말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 없이 우후죽순처럼 생긴 국제결혼업체의 소개로 여자를 구해오는 식의 결혼이 미치는 폐해는 결혼당사자들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 가정의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음세대의 문제로 남게 된다.

최근 들어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다문화가정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여성의 한글교육뿐 아니라 문화체험교육, 육아지원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보육비 지원 등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아졌다. 다행한 일이고 마땅히 지속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지원이 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 발생 후 쫓아가는 식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결혼이민자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그들의 입장과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할 것은 국제결혼을 앞둔 남성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전 이해와 준비 과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과 함께, 결혼조차 어려운 농촌 남성들로 대변되는 농촌의 피폐상을 해결할 수 있는 농촌사회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일 것이다. 그래야만 농촌사회의 열악한 교육환경에 덧붙여 다문화가정내 요인이란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구성원 또한 행복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