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더욱 아프다.
찬바람이 불면 더욱 아프다.
  • 백제뉴스
  • 승인 2012.11.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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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도석
김 도 석

세상살이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끔은 그러기를 신앙처럼 받들고 싶었다. 천벌을 받을 짓을 해도 ‘29만원’으로 너무도 당당히 잘 살고 있고, 남에게 손톱만큼도 해코지한 적 없는데도 선천적인 장애와 갖은 질병, 혹은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팍팍한 삶을 견디는 사람들이 주위엔 너무도 많다.

옛날보다 교회나 성당 그리고 절의 숫자가 늘어만 가는데도 착한 사람보다는 악한 사람들이 많아지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부처님도 예수님도 하느님도 인간사에 대해서 어쩌지는 못하나 보다. 그리고 천벌 받을 놈이라고 욕하는 것은 순전히 나의 잣대이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잣대가 아님은 틀림이 없다.

나쁜 건 넌데 아픈 건 나야


위 작은 제목이 찬바람과 더불어 꽤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어느 해고 노동자가 친구에게 보낸 ‘카톡’속의 글 제목이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기업인데 임원들의 연봉을 올리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단다. 회사가 부도 상태도 아니고 정상적인 상태인데도 임원들의 고액연봉을 위해 부양가족이 줄줄이 달려 있을 가장의 밥그릇을 빼앗다니 참으로 자유시장경제에 충실한 면모이다.

CEO의 수억대 연봉 설은 놀랄만한 소식이 아니다. 아니 십 수억대 연봉자까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너희들도 나처럼 노력해봐 그러면 고액연봉자가 될 수 있어’ 정말 많은 사람이 노력만 하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도 몇몇 부자들의 재산이 십 수조원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은 지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85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마음을 언짢게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라는 합성어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말은 가난과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말은 배웠더라도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났다는 태생적 한계와 늘 불안과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배웠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 비친 직업에는 귀천이 있고 또한 대부분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권력과 돈과 시간과 명예가 있는 직업은 귀하신 몸들이 차지하고 그 반대인 경우는 천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화라고 하더니 글로벌화라고 한다. 이 말들은 잘 배우고 잘나서 세계를 무대로 휘 젖고 다니는 사람들 얘기인 줄 알았더니 못 배워서 농사짓고, 못 배워서 생산직 노동자인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더라. 빈부격차의 틀 속에서 적용되는 법칙이니 말이다.

한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하다하여도 다른 사람 능력의 10배 20배 뛰어날 수 있을까. 연봉 10억의 CEO와 연봉 2000만원의 노동자 50명과 비교한다면 1명의 CEO가 50명의 노동자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관점의 차이를 인정한다하여도 심해도 너무 심한 것이다.

바야흐로 대선정국이다. 지금 소위 ‘Big three’라고 불려지는 후보가 공히 경제민주화를 얘기한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표면적으로는 비슷하다. 이는 이들이 빈부격차를 염려하고 인간냄새가 나는 자본주의를 생활 철학으로 내면화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전 세계의 많은 빈자와 양심 있는 소수 부자들이 큰 파동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2월 19일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남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까.

인간들에게

4대강 사업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한 줌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를 자신의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 잡는 사람의 주장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사람들의 주장으로 치부하고 강행을 하였었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반대이유는 강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뭇 생명들을 죽인다고 반대를 하였고 두 번째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걸 제쳐두고 천문학적인 혈세를 소수 건설업자 배에만 쏟아 붓는다고 반대를 하였다. 그러나 불통의 정부는 멀쩡한 강을 죽어가는 강이라 단정 짓고 강을 살린다고 하였으며 4대강 사업을 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전혀 추측 밖의 주장을 하였었다.

급기야 사고는 터졌다. 세굴현상이 나타나 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거나 1년 유지비만 해도 몇 천억 들어가는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겼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물고기들이 그것도 대규모로 폐사한 것이다. 금강의 백제보에서 사고가 터지더니 유사한 상황이 낙동강에서도 벌어진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올 것이 왔다고, 4대강 사업 시작 전부터 강하게 했던 자신들의 주장이 입증된 것이라고 하고 환경부에서는 감추기에 바빴다. 환경단체에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보가 건설되면서 보 안쪽에 침전물이 쌓이고, 쌓인 침전물이 썩어가면서 물속 용존산소량을 줄였고 그래서 비교적 맑은 물에 살던 쏘가리 누치 끄리 피라미 등이 먼저 죽고 다음으로 탁한 농도의 물에서도 잘 살던 붕어 메기가 질식사하였다는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4대강 사업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폐사 물고기 개체 수 줄이기에만 급급했다는 얘기는 공무원들이 국민을 섬기는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사람의 목숨과 파리의 목숨 중 어느 것이 중요하냐고 파리에게 묻는다면 파리의 대답은 어떠할까. 목숨은 사람의 목숨이나 미물의 목숨이나 다 같이 소중한 것이다. 금강과 낙동강에서 죽어간 뭇 생명들을 가볍게 생각하는 인간은 인간의 생명도 가벼이 여길 것이다.

물고기가 죽은 것을 가지고 너무 호들갑떤다고 하려나. 수많은 물고기들이 죽어가면서 인간들에게 어떤 원망을 했을까.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것은 찬바람뿐만 아니다.

/공주민협 공동대표.공주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