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어렵지 않아요.
효도! 어렵지 않아요.
  • 조영숙
  • 승인 2012.05.0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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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숙
조 영 숙

문을 열면 사방이 온통 초록빛이다.

라일락꽃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봄의 향기를 뿌려놓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상큼한 5월! 5월은 보석상자다.

뚜껑을 열어보면 자연이 그려내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의 마음이 넘쳐나는 특별한 날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입양의 날 등.

들판에서는 초록풀잎처럼 싱싱한 어린이들의 웃음이 넘쳐나고 할머니 가슴에는 손자 손녀들이 달아준 빨간색 카네이션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지난 주말은 어린이날이었다. 평소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들을 갖게 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은 또 별개인가보다. 늘 어린이날이기를 기대하는 눈치이다.

어린이날을 기다리며 여행하기, 놀이동산 가기, 마트에서 쇼핑하기, 영화보기 등 그날의 일정을 정해놓고 즐거워한다. 어린이날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놀아주고 먹여주고 선물사주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이제 어버이날!

그러고보니 어버이날 무엇을 하며 지낼까 크게 고민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고 꽃 달아드리고 선물 드리면 다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어버이행사 마저 5월 끝자락으로 미루어졌다. 아이들 시험기간이라는 이유로.

얼마 전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언니와 함께 봄나들이를 갔다. 식당에 앉아서 엄마의 새댁시절, 고추보다 맵다는 시집살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젠가 장독대에서 앞치마로 눈물을 훔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없는 동안 시집살이를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얼마나 속상했던지.

힘들 때마다 외할머니 생각하며 참으셨다는 말씀을 듣고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70이 훌쩍 넘으셨어도 봄볕에 아지랑이 올라오면 친정어머니가 그리워 한없이 고향을 바라보시며 마음을 달래신다는 어머니!

아버지가 서운하게 하셨을 때, 자식들이 힘들게 했을 때, 아파서 병원에 혼자 누워계셨을 때도 외할머니 생각이 나셨단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돌아가셨어도 자녀들에게 힘이 되어 주신다. 그런 어머니가 우리 곁에 살아계신다.

비록 어버이날이 뒤로 미루어졌지만 서운해 하지 않으시고 마당에서 뛰어다닐 손주들을 생각하며 5월 끝자락을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시집와서 처음으로 두 딸과 봄나들이하며 행복해하셨던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오는 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언니의 떨리는 음성이 가슴속에 콱 박혀 있다.

“나는 돈을 많이 모아서 한꺼번에 큰 것을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엄마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너무나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효도는 많은 돈이 준비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주 찾아뵙고 눈을 마주치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효도라는 것을 깨달았어”.

효도는 준비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보고 싶을 때 찾아가서 뵙고 음성 듣고 싶을 때 전화 한 통 드리면
부모님에게는 그 날이 바로 어버이날이 될 것이다.

2012년 5월 8일 어버이날 아침이 되면 이렇게 전화안부를 할 것이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우리 곁에 함께 해주세요. 라고!

/유구병설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