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저수지 벚나무, 사라질 위기 모면
고성저수지 벚나무, 사라질 위기 모면
  • 김종술 기자
  • 승인 2012.03.10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마이'지속 보도에 농어촌공사와 지역주민 합의
4대강 사업으로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를 하고 있는 고성저수지는 봄이면 지천으로 널리는 풀꽃으로 이곳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감탄사를 자아내는 곳이다.

"처음 20년간 가꾼 벚나무를 농어촌공사에서 4대강 사업으로 다 베어 버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리저리 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국민권익위와 한국농어촌공사에 민원을 넣어도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하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마이뉴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언론이 무섭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게 안 된다고 버티던 담당자가 주민의 요구대로 벚나무를 다시 심고 저수지를 공원화하는데 협의가 됐다."

성시일 고성교회 목사의 말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4대강 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저수지(88만9000㎥)에 157억 원을 투입해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었다.
 
지역주민에 따르면 20년 전 지역주민들이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벚나무 1000그루 정도를 고성 저수지 둘레에 심었다(현재 400여 그루).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벚나무를 베어버릴 거라는 사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벚나무 보존을 위해 맞서왔다. 서로 대치하다가 지난 8일 주민과 농어촌공사가 합의하고 보존을 협의했다.
 
9일 오전 9시경 만나본 성시일 고성교회 목사는 "농어촌공사와 빠른 시일 안에 공사에 차질이 없도록 벚나무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여 복토 공사가 끝나는 대로 저수지 안쪽으로 1m 정도의 산책로 주변에 옮겨심기로 협의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이 힘을 모아서 얻어낸 성과물인 만큼 한그루라도 더 살리기 위해 전문 기관에 맡겨 이식을 하면 '5% 정도의 고사 율을 제외하고는 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마을 이장과 지역주민 등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농어촌공사 공주지사 담당자는 "그동안 공사가 미루어져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다행히 주민들과 협의가 잘 이루어져 공사할 수 있게 되어서 아주 기쁘다"며 "어렵게 협의를 했던 만큼 차질 없이 공사를 마무리하여 지역주민과 화합하는 차원에서 잔치라도 벌여야 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본 기자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허구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잘 살아 보려고 지역민이 힘을 합쳐 가꾼 정원 같은 마을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의 손에 쥐어질 돈보다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던 지역주민들에게 살신성인(殺身成仁)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