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 전병철
  • 승인 2012.02.02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전병철의 재밌는 속담풀이<4회>

껍데기가 있으므로 알맹이가 있고, 알맹이가 있으므로 껍데기가 있다.

껍데기는 흔히 ‘쓸모없는 것’, 또는 ‘사회의 좀’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알맹이는 없이 껍데기만 있거나 속에 찬 것이 없으면서 껍데기 가지고 설치는 경우라면 그럴 것이다.

잘못된 세상에서는 껍데기가 제거되어야 함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껍데기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만약 껍데기가 없다면 알맹이도 없을 것이다.

무릇 알맹이는 껍데기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껍데기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알맹이를 이루는 중요한 것이다. 껍데기를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중(民衆)’에 해당될 것이요, 민주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국민’에 해당될 것이다.

이렇듯 모든 일에는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달라질 수 있다. 껍데기는 없어져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것이기도 하다.


▶껍데기는 가라

갑오동학혁명기념탑(전북 정읍 황토재)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동학혁명군위령탑(충남 공주 우금티)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 충남 부여 출생
대표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금강」, 「신동엽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