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연자실, 그래도 '사투'는 계속해야죠"
"망연자실, 그래도 '사투'는 계속해야죠"
  • 김종술 기자
  • 승인 2011.10.19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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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A 입주민, 아파트 부도에 힘겨운 싸움...행정은 미온적
아파트 놀이터에 부도에 따른 주민들의 의견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다.

국가가 서민을 위해 싸고 안정적으로 운영한다고 인식되어 있는 공공 임대아파트. 그곳에 살다가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

충남 공주시 신관동 덕성그린시티빌(덕성) 아파트 499세대(가족 포함 1200여 명)다. 이들 대부분은 학생과 신혼부부, 홀로 사는 노인 등 영세민들이다. 주민들은 "이대로 망연자실해 길거리로 떠날 수 없다"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매 들어오기까지 주민들 아파트 부도 사실 몰라

공주시 신관동 덕성아파트는 1999년에 국민주택기금 융자를 받아 지어진 공공임대주택(공공기관 또는 민간에서 재정 및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해 5년 이상 임대하는 주택)이다.

지난 2010년 10월 25일 건설사인 덕성건설은 공적자금인 국민주택기금 6개월 이자 연체로 부도 처리됐다.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부도 사실을 알지 못해서 피해를 키웠다.

주민들은 "부도 직후 채권은행(국민은행)의 신고로 공주시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에 따른 대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주시 담당자는 "담당 직원이 바뀌는 바람에 처음 주민들과 대화에서는 당시 정황 설명이 부족했다. 하지만 당시 담당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아파트 게시판에 공문을 직접 붙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주민들에게는 알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부도 등 관련 사실을 통보받은 관련 시군은 임차인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18일 만난 주민들은 "(부도가 난 지) 6개월이 지난 후 2011년 5월 2일 국민은행이 경매 신청하면서 사실상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주지원(법원)에서 나온 사람들이 경매 들어 왔다는 소리에 처음으로 부도 사실을 알았다"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주민의 경우 "직장을 끝내고 집에 와서야 아이들이 전하는 서류 뭉치를 보고서야 경매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주민들은 소문만 들었을 뿐 경매가 들어오고 나서야 사실상 부도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미온적인 행정 절차, 주민피해 키웠다

덕성아파트 주민들은 부도가 나도 보증금 일부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근저당이 설정된 날짜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정해진다. 2001년 9월 이전에 근저당이 설정된 경우 보증금 2000만 원 이하 임차인만 최대 80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2000만 원 이상의 경우 보증금 대부분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덕성아파트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대보증금보증제도'에 따르면, 사업자는 임대 보증금 전액을 (임대사업자의 부도 등 보증사고 발생 시 보증회사가 임대보증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제도로 2005년 12월부터 시행)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부도 등이 일어나면 보증회사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덕성아파트 전경.
덕성아파트는 그동안 수차례 대표가 바뀌면서도 한 차례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경우 관할 지자체인 공주시가 고소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공주시는 지난 6년 동안 고발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공주시가 사업자를 고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법적인 대처가 미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주민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주시 관계자는 "올 8월쯤에 건설사가 보증보험에 가입을 하지 않아 고발했다"고 답했다.

주민들 스스로가 주거권 사수 권리에 나서다

또, 부도 사실을 알게 된 직후에 아파트 주민들은 공주시청을 항의 방문, 김갑연 부시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이진선 부녀회장은 "주민들이 공문으로 공주시장과 면담 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그래서 주민들이 시청까지 항의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부시장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전담요원을 배치할 것을 약속했다. 또 공주지원(법원)에 진행 중인 경매 건과 관련해, 경매계와 기금관리채권회수팀인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를 방문, 경매 연기 및 중지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받아냈다.

이후 지난 8월 6일 주민들은 아파트 공터에서 '공주 덕성그린시티빌 주민 화합 한마당 임차인 대표회의 현판식'과 함께 화합 한마당 잔치를 열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2007년 개정된 이후 한 차례 개정)' 개정을 위해 주민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만약 특별법이 받아들여질 경우, 덕성아파트 주민들은 보증금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소 3년간은 아파트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올 3월 건설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대표가 바뀌면서 주민들은 또 다른 갈등에 직면했다. 5월경 바뀐 건설사 대표가 연체금을 치르면서 경매 절차는 중단됐지만 아파트 분양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사업자는 경매로 넘어가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한다고 위협하며 분양을 종용하고 있다"며 "이미 불법으로 분양광고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부도가 나서 피해를 보는데 분양광고를 하니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주민들이 공주시에 불법 현수막 철거와 사기 분양으로 고발해 불법 현수막은 모두 철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업자는 "광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덕성아파트에 앞서 똑같이 아파트 부도를 겪은 대전, 포항, 시흥시, 광주광역시, 창원시, 화순군, 고령군, 울산, 양산시, 청주, 고령군, 거제시, 함양군, 원주시, 삼척시, 마산시, 서울 방배동, 예산군, 광양시 등 20여 도시를 방문해 견학하면서 당시 사례를 모으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를 해 법 개정 노력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전국을 돌면서 자료를 모으고 연대를 추진하면서 매일 일지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