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대선후보
통계로 보는 대선후보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07.12.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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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선거에 불이 붙었다. 등록 후보가 무려 열두 명이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분이 이리도 많을까.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헷갈리기도 한다. 후보 등록 공탁금이 5억원인데도 거뜬히 등록했다. 재산이 3천만 원뿐인 후보는 어마어마한 그 돈이 어디서 났을까.

선거전이 갈수록 혼탁하다. 이전투구다. 너 죽고 나 죽자다. 후보 모두 가방끈은 길다. 배움의 덕목은 어디로 갔나. 한 올의 양식도 없는 듯하다. 선거전이 아니라 비방전이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 일색이다. 깎아내리기에 혈안이다. 흑색선전이 춤을 춘다. 고소고발이 줄을 잇는다. 입씨름 말폭력이 난무한다. 전직 대통령도 한 수 거든다. “먼저 인간이 돼야….” “…잘못하면 전쟁의 길로까지 끌고 가는 것이 된다.”

원칙도 없다. 과정도 무시한다. 절차도 뭉갠다. 반칙에 막말에 폭언에 뒤범벅이다. 민주주의가 이런 건가. 차라리 민주화 운동이 그립다. 국민은 피곤하다. 유권자는 답답하다. 뉴스 접하기도 짜증난다.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른다. 찍을 사람도 없다. ‘선거’ 소리만 들려도 두통이 밀려온다.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 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꾹 참는 국민이 대견스럽다. 긴 들숨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유권자가 존경스럽다. 그렇다. 껍데기에 현혹되지 말자. 이런 와중에 흠집 없는 알곡 없으리라. 후보들의 신상정보 통계로 숨을 골라보자. 대선 후보가 무려 열두 명!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많다. 후보자 이름을 모두 외우는 국민 과연 몇이나 될까. 혼란스럽다. 인터넷 말로 “짱나(짜증나)”다. 급조된 정당 이름도 괴이하다. ‘참주인연합’ ‘새시대참사랑연합’에 기다란 이름의 ‘화합과도약을위한국민연대’라는 당도 있다.

대통령이 그리도 좋은 건가. 세 번씩 도전하는 삼수생이 세 명, 두 번 도전하는 재수생도 두 명이다. 어떤 후보는 아예 스스로를 ‘좋은 대통령’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란 자화자찬을 붙인다. 어법에 맞지 않는데도 마구 쓴다.

후보들의 연령 분포는 다양하다. 40대에서 70대까지 있다. 평균 연령은 62.1세다. 40대가 1명, 50대가 3명, 60대가 7명, 70대가 1명이다. 김(金)씨는 한 명도 없다. ‘삼김(三金)’ 후광은 어데 갔나. 천만 명에 이르는 최다 성씨인데 후보 중에 김씨는 없다. 이(李)씨가 무려 네 명에 비하면 특이한 점이다. 혈액형도 쏠림 현상이다. 혈액형이 B형인 후보가 절반이나 된다. 국민 중 B형은 20% 정도인데 많은 편이다.

후보들의 재산 정도도 천차만별이다. 겨우 3천만 원에서 354억여 원에 이른다. 역시 양극화가 심하다. 평균 재산은 50억여 원이지만 최대 재산액수를 제외하면 평균 22억 원인 셈이다. 학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울대 출신이 일곱 명으로 반을 훌쩍 넘는다. 고려대가 두 명, 한국외국어대 육사 방통대가 각각 한 명이다.

후보자의 병역 사항도 다양하다. 사병복무가 여섯 명으로 반을 차지한다. 병역면제 세 명, 장교복무 두 명에 장군 출신도 한 명 있다. 후보자가 꼽는 존경하는 인물로는 예상한 대로다. 이순신 김구 안창호에 이어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서다. 애주가는 별로 없다. 후보자 모두 소주 한 병 이하가 고작이다. 담배는 금연했거나 안 피운다. 건강관리만큼은 제격이다.

국민이 떨어내지 못하는 물음표가 있다.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려면 공탁금이 5억 원이란 사실은 안다. 득표율이 15% 미만이면 그 많은 돈을 날리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지지율 3%도 채 못 미치는 후보가 난립하니 물음표가 떼어지지 않는다.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번 대선 관리비로 1456억여 원을 책정하고 있다. 대선후보로 등록한 각 정당에 총 285억여 원을 지급한다. 정당 국고보조급 배분 기준에 따라 선거보조금은 대통합민주신당에 116억 원, 한나라당에 112억 원, 민주노동당에 20억 원, 민주당에 19억 원, 국민중심당에 15억 원 등이 지급된다. 무소속에게는 없다. 지지율이 낮아도 충분히 보상받는 셈이다.

요즘 국민은 피곤하다. 갑갑하다.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이다. 후련한 소식 하나 없다. 한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정책은 없고 정략만 있다. 공약은 뒷켠이고 공략만 난무한다. 대선후보들의 신상정보 통계로 숨을 고르자. 꼴불견이라고 외면하지 말자. 정치는 그 나라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누구를 탓하겠나. “찍을 사람 하나 없어!” 많은 유권자 푸념이다. “모두 훌륭하니 누굴 찍지…!” 이런 행복한 넉두리는 언제쯤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