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금강트래킹 - 가을이 오는 그 곳, 영동을 걷다
9월 금강트래킹 - 가을이 오는 그 곳, 영동을 걷다
  •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시민참여국장
  • 승인 2011.09.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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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듯 한 주 내내 더웠다. 작년에 개어 서랍에 넣어놓은 가을 옷들을 추슬러 두었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가을!
트래킹 떠나는 날 아침, 잔뜩낀 구름이 심상치 않았다. 덥지는 않아 다행이겠구나 싶었는데, 잔뜩 구름낀 하늘이 왠지 비를 뿌릴 것 같아 몇 개 되지 않는 우비를 챙겼다.

호박돌 구르는 자갈길에서

영동으로 들어서서 출발한 곳은 죽청교. 고즈넉하게 흐르는 금강의 모습이 수려한 산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호박돌습지는 자연습지의 모양을 여러모로 볼 수 있는 습지 중 하나이다. 자갈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고 강이 산과 산 사이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이곳에는 두드럭조개도 많이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죽청교에서 바라보니 강가 멀리에 입이 떡 벌어지게 넓은 자갈밭이 눈에 들어온다. 강가로 내려가 그 자갈밭을 향해 다가섰다. 강은 둘째였고, 바닥의 알록달록 다양한 모양의 자갈이 첫 번째였다. 자갈의 생김새에 따라 서로 연상되는 모습이 달랐고, 마음에 드는 돌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두드럭조개를 발견하면 선물을 준다는 얘기에 조개껍데기만 보면 달려가 줍기 시작했다. 모나지 않은 돌들이 강의 부드러움을 말해준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도 좋은 동글동글 호박돌들이다.
자갈길을 걷다가 잠시 들어선 과수원길에는 씩씩하게 자란 무가 튼튼한 줄기를 뽐내고 있다. 그동안 날이 뜨거워서였을까, 이미 익어버린 감을 따먹기도 했다. 대추도 벌써 익어있다. 그 뜨거웠던 날씨도 아마 가을이었나보다.
일성대에 도착해 소나무 사이로 금강의 모습을 바라보며 간식도 먹고 그동안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손장희 회원의 막걸리와 명절의 여운 짙은 부침개 등 먹을 거리가 풍성해서 더 즐거웠다.

다른 운명의 습지를 보다

점심을 먹기 전에 난계국악박물관에 들렀다. 난계 박연은 우리나라 3대 악상 중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 음계를 정리하고 알린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박물관에는 박연 선생의 일대기와 편경을 비롯한 각종 국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계 박연이 고향에 돌아와야 했던 사연, 업적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올갱이국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비와 우산을 나눠쓰고 빗 속을 걸으며 지몽골 습지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지몽골 습지는 복원된 자연습지 중 하나로 예전에는 농경지였던 곳을 모두 없애고 자연습지로 복원하게 되었다. 영동군에서 지몽골 자연생태공원으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오전에 걸었던 호박돌습지처럼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었고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습지의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지몽골 습지를 지나 심천강을 바라보며 길을 나섰다. 심천은 깊은 하천이라는 뜻으로 옛 이름은 '지프네', '깊다'의 충청도말이 변해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이곳은 금강정비사업 구간이기도 해서 역시나 포크레인과 트럭이 열심히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영동천과 초강천, 금강의 합류하는 지점에 맞닿은 이곳은 미루나무가 우거진 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4대강 공사 지점에 속하면서 미루나무를 다 밀어버리고 (그 놈의) 꽃밭과 나무를 식재했다. 앙상한 나무 몇 그루가 비를 맞으며 서 있다. (그 놈의) 꽃밭은 올해 제 꼴을 갖추지도 못했을 것이다. 심천강가의 습지는 훼손된 습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지막 폭포 중에도 음기가 많다는 옥계폭포를 보며 트래킹을 마무리했다. 폭포 주변의 인공조형물 들이 눈을 찌푸리게 했지만, 옥계폭포의 수려한 모습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 지역의 습지들을 골고루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았는데, 공부가 많이 된 트래킹이었다. 한 동네에 있어도 다른 운명(?)을 지닌 습지들의 모습을 보니 시선은 더 명확해진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그냥 두는 것이 옳다. 사람이 추구하는 변화 혹은 상상력은 아무리 돈을 들이고 꾸며도 자연 그대로가 가진 모습을 따라갈 수 없다. 

-10월 트래킹은 1박 2일로 떠납니다. 내성천과 회룡포, 영주댐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금강마을로 트래킹을 떠날 예정입니다. 10월 트래킹도 특별합니다. 회원님들 꼭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