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드십시요(끽차거喫茶去)
차 한잔 드십시요(끽차거喫茶去)
  • 백제뉴스
  • 승인 2011.08.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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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이 강한 어느 도공이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어느 시골 집을 빌어서 작품활동을 하다가 멀리 이사를 간다며

"스님 절에 차나무를 심어 보시렵니까" 하고 물은지가 십여년이 넘습니다

"제가 사는 집 텃밭에 차나무를 심은지 몇해인데

잘 자라준 나무들이 있어서 이사를 가면서 캐서 옮겨갈 수 없으니

스님이 가져다 도량에 심어 보세요" 합니다

나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얼른 달려가서 차나무를 십여그루 떠다가

도량에 심었는데 녀석들 가운데 칠할은 살아 나서 지금도 때가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다가 몇해 후에 도공으로부터 "스님 차씨를 몇되박 구했는데 보낼테니

도량에 심어서 싹을 티워 보세요" 하고 연락이 옵니다

그렇게 멀리서 전해 온 차씨가 싹을 내고 자라서

지금 두서너평 정도의 이만한 차밭이 되었으니

속설로 이리 익산 위쪽으로는 차나무가 안된다는 소리가 있는데

온난화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한참 더 북으로 올라온 모양입니다

▲ 원효사 입구에 들어서면 아담한 차밭 경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나무는 뿌리가 곧게 아래로 내려가는 직근성이고

옮겨심으면 살기 어렵다는 속설 때문인지 아랫녁에서는 혼인을 하는 딸에게

어머니가 차씨를 몇알 넣어 주시는 풍속도 생겨 났습니다

너는 그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지 옮겨 심으면 죽어버리는 차나무처럼

마음이 그 집을 떠나서는 안된다 라는 의미인가 본데

요즘은 차나무도 옮겨 심어서 사는 경우가 많으니

결혼과 이혼의 혼인 풍속도가 달라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가 봅니다

대략 이십여년을 훌쩍 넘긴 시간에 공주에 차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주차인회를 만들고 혜우스님이 살던 산성 안의 영은사와

내가 머물던 원효사 포교원을 오가며 차를 내고 차에 대한 공부를 하였었습니다

다산 선생은 '차를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 하였는데

술과 차는 우리 사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될 음료 가운데 하나로

그 가운데 차茶라는 것을 나는 이렇게 풀이해 보기도 합니다

차라는 한자의 윗부분을 초두라 하여 숫자로 보면 이십이요

중간에 사람인자처럼 쓴것을 여덟팔로 보고 아래 나무목을 파자하여

팔십으로 보면 세개의 숫자를 합하였을 때 합이 백팔이라는 숫자가 나오니

나는 차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백팔 번뇌를 식히는 감로수라 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글자 그대로 사람은 풀과 나무 사이에 머무를 때 마음의 평화가 있다'라고도 하는 분이 계십니다

우리 나라의 다성으로 불리는 초의스님께서는 한없는 실험 정신으로

차를 심고 가꾸고 차를 만들어 추사와 다산등 명사들과 차를 주고 받으며

우리 나라의 차문화를 정립하는 다신전이나 동다송을 지으셨는데

오늘 날 우리 차인들의 경계는 멋에만 머무를 뿐 그분의 경지에서 한발자욱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듯 보이니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찻자리에 다객들이 즐겨 쓰는 글에 정좌처 다반향초 묘용시 수류화개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라는 말이 있으니 차실에 한점 걸어 두고 차를 음미하면 일체의 번뇌망상이 사그러 드는 기쁨을 맛보실 것입니다

차 한잔 드십시요(끽차거喫茶去)

차 한잔으로 할 수 있는 신통묘용이 이렇게 많은가 할 정도로

두루 두루 다객을 청하여 차를 나누는 노래가 지리산 자락에 전하여 소개해 봅니다

 선동골이 밝기 전에

금당복수 길어와서
오가리에 작설 넣고

참숮불로 지피어서
꾸신내가 한짐 날때

 지리산에 삼신할매
허고대에 허씨할매

옥고대에 장유화상
칠불암에 칠왕자님

영지못에 연화국사
아자방에 도통국사

동해금당 육조대사
국사암에 나한동자

조사전에 극기대사
불일폭포 보조국사

신선동에 최치원님
쌍계동에 진감국사

문수동에 문수동자

화개동천 차객들아

쌍계사에 대중들아
이 차 한 잔 들으소서
.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