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축제 이야기
은행나무 축제 이야기
  • 조 성 희 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
  • 승인 2007.11.19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27일 우리 마을에서는 ‘은행나무 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은행나무 축제는 행정구역은 달라도 정겹게 살아가는 공주 우성 봉현리와 안양리, 청양 정산 남천리 주민들과 충남교육연구소가 함께 꾸리는 잔치마당으로 마을사람들이 배우고 자란 옛 봉현학교 터에서 지난 1년 동안 펼쳐온 마을 교육·문화 공동체 사업을 갈무리하고 다음해의 보다 나은 모습을 기약하는 자리이자 신명을 더하는 축제의 장이다. 또한 마을 방과후 공부방 느티나무 어린이들의 연극공연과 노래공연, 학습발표회도 함께 열린다. 

은행나무 축제는 폐교에 둥지를 튼 충남교육연구소 회원들이 옛 봉현학교 터에서 거둔 은행판매금을 종자돈 삼아 시작되었다. 은행 판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다 그 돈은 은행나무를 심고 가꿔오던 마을 주민들에게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해 마을 잔치를 열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공주시에서도 후원을 해 줘서 좀더 풍성하게 축제가 치러진다.

은행나무 축제의 주인공들은 세 개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다. 사실 그날 세 마을 부녀회원들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300여 명이 넘는 손님들에게 먹을거리를 대접하느라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음식을 하고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해마다 손을 걷어붙이고 일을 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을, 우리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모처럼 대접을 받으시며 한데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전통놀이를 즐기시는 어르신들의 환한 미소와 여러 체험을 하며 정신없이 놀며 배우는 아이들의 웃음이 그들 노동의 유일한 대가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타작마당과 전통음식만들기 마당 등에선 강사가 되어 다른 지역에서 놀러온 아이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체험을 진행해 주신다. 신명나게! 아이들은 마을 어르신들 앞에서 그 동안 공부방에서 함께 연습한 연극과 노래를 진지하게 발표한다. 소리가 맞지 않아도 대사가 틀려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감의 장이어서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노인과 아이가, 또 그 사이 그들의 부모들이 서로를 다독거리고 위안하는 자리인 셈이다.

점차 공동체가 해체되어 가고, 무너져가는 가정이 적지 않은 농촌사회에서 서로 함께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 부모 내 아이가 아닌 우리 부모, 우리 아이임을 함께 확인하고 서로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자리가 많아질수록 서로의 거리도 한결 좁아지는 것이 아닐까?

인근 지역 교장 선생님들을 비롯해 마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이 찾아와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보면서 마을 아이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한 자긍심이 조금이나마 커지는 듯하다.

언젠가 공부방 한 아이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선생님, 공부 잘했어요?” “그래 잘했다.” “그런데 왜 여기 살아요?”      

이 아이에게는 ‘농촌에 산다는 것은 곧 인생의 낙오자’라는 생각이 옹아리처럼 박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농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또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라는 생각을 했다. 농촌 지역 아이들이 스스로를 긍정하고 지역을 사랑하고 미래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갈수록 경쟁으로 치달아가는 사회 속에서 가정내 지원 등 출발선부터 다르게 서 있는 농촌 아이들이 최소한 교육부문에서만이라도 공평한 출발선상의 달리기를 할 수 있게끔 다양한 사회적 배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