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의 사유도 명분도 없다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의 사유도 명분도 없다
  • 이상선/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상임대표
  • 승인 2007.10.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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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막판 이러저러한 눈치경쟁의 양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의정비 ‘큰 폭’인상에 대한 걸기대가 정당할 만큼 지난 1년여의 의정활동의 성과가 있었는지부터 지방의원들에 우선 묻고 싶다.

지난해부터 관련법규의 개정에 따라 소위 ‘유급제’가 도입되어 매년 10월까지는 심의를 통해 의정비의 액수를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지방의정비의 인상여부와 인상률에 대한 논란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전에도 말로만 무보수명예직이었지 실제로는 업무추진비나 공통경비 외에도 기초, 광역의원들에게 각 2천~3천여만 원씩의 실비가 고정적으로 지급되었었다. 단지 지급항목 중 의정활동비와 여비는 그대로 둔 채 회기수당을 월정수당으로 대체하면서 유급의 의미를 도입하였는데 더불어 명분으로 내세운 ‘자치의정의 전문성과 직무전념성’의 증진을 기대케도 하였다.

그러나 유급제의 도입으로 과연 지방의정의 성과가 이전보다 증대되었는지에 대해 일반주민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며, 무원칙하고 맹목적 인상의 흐름에 대해 크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제도상의 미비도 한 몫 하고 있다.

예컨대‘명예직’시기에는 의원직무수행과 사적 영리추구 간의 이해충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리행위를 제한하지 않은 것은 일정부분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다. 그러나 유급제의 시행과 함께 영리행위의 금지와 겸직의 제한규정이 마련되어야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중대한 결함으로 지적할 수 있다. 제도의 보완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이루어져야함은 물론이다. 비록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 해도 지방의원 스스로 과연 이런 잣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일부에서는 직무와의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무시하고 해당 위원회에 속하거나 심지어 위원장까지 맡는 등은 참으로 부적절하고 염치없는 짓이다.

다음은 의정비를 산정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이다. 위원회는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장이 각5인씩 선정하여 10인의 위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현실로 볼 때 집행부와 의회가 견제와 감시를 통한 건전한 긴장관계라기보다는 긴밀한 담합적 관계인 점으로 볼 때, 위원 선정을 대부분 우호적 인사로 채워 심의기준이나 인상폭을 얼마든지 의도대로 끌어나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그것이다.

한편 의정비 산정 시 고려되어야 할 항목으로는 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및 지방의정실적 등을 종합 고려한 금액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방의정실적을 제외하고는 객관적 데이터 추출이 가능한 사항인 점에 비춰볼 때, ‘의정실적’을 어떻게 측정하여 의정비 산정에 반영할 수 있느냐에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평가지표 등 기준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는 주민들의 정서를 살피고 여론에 묻는 방식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 판단을 구하여 최종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많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대형시설이나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부의 사례에서는 타당성조차 검토되지 않은 채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등, 의사결정이 독점되는 구조 속에서 거액의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관대립형 지방자치구조에서 정작 지방의회가 단체장 또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주민의 복리증진을 우선하기보다는 집행부의 눈치를 살피며, 거수기 역할에 자족하는 부정적 의정상을 보이고 있음은 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극히 일부 진취적이고 의욕적인 의정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 주민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시민운동가의 입장에서 볼 때 대다수 의원들의 지난 활동실적에 대해 더더욱 낮은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의정비인상의 명분이 없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할 진대 점점 황폐화되어가는 지방,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실까지 고려한다면 지방의회 의원들은 ‘대폭 인상’의 기대를 접음은 당연지사고, 스스로 나서 동결을 결의하는 쪽이 온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