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의원, 6년 후 그가 꾸는 꿈은 정당한가?
정진석 의원, 6년 후 그가 꾸는 꿈은 정당한가?
  • 조성일
  • 승인 2024.01.30 11: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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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성일 공주참여연대 이사장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2024년 1월 25일, 주목할 만한 항소심이 있었다.

아픈 기억이 소환된 날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었고 피고인은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정진석 의원이었다.

 비극적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정진석 의원은 SNS에 이렇게 썼다. 2019년 일이다. 그리고 피소를 당했다. 민망스럽고 죄송하지만 그대로 옮긴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참 모질다.

내 목을 베러 온 적장도 내 손에 들면 예를 갖추어 대하는 풍모는 옛날 장부의 일이라 하여도 이름 없는 포로도 인간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지금 세상의 일인데 하물며 내 나라 대통령이었던 고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두고 그렇게 조롱 섞인 말을 하는 그 심상, 참 모질다.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무례하고 속될 수 있는 것인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두고두고 살아있는 사람이 부끄러운 일이었다. 미안한 일이었다.

권력자가 그만큼 따뜻한 인간미와 담대함 그리고 풍운아 같은 자유로움을 지니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모름지기 정치인이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노 전 대통령만큼 그 이상과 지향을 선 굵고 강렬하게 보여준 사람도 없었다. 그런 그를 왜 그렇게 보내야 했는지. 그의 정치철학은 ‘여민동락’이었다. ‘애민’이 아닌 ‘여민’이었다. 정치지도자와 국민이 애환을 함께 공감하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여민동락’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권위가 아닌 수평적 평등심과 공감이라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진영을 떠나고자 한 사람이었다. 이미 떠난 사람이었다.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참 외로웠을 것이다.

진영의 진지 안에서 진영에 충실하며 이상도 지향도 없이 정치생명을 연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참 외로웠을 것이다. 다수당이었음에도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하였지만 거절당하고 지지자들에게도 비난받고 ··· 참 외로웠을 것이다.

 정진석 의원이 SNS에 그 글을 올릴 당시 그 정보를 사실로 믿었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것은 전혀 의로운 일이 아니다. 인간애가 결여된 義는 정의가 아니다. 폭력이다. 비열한 테러다.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가 있고 확신이 들 때 말해야 한다.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정진석 의원이 받은 세비에는 정진석 의원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의 세금도 포함되어 있다. 혐오스러운 말로 시민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삼가고 삼가야 할 이유다.

그것이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품격이요 예의다.

정진석 의원은 함소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징역 6월의 형이 너무 과하다며 감형을 구하였고 부당한 형량으로 유권자의 선택이 왜곡되지 않도록 가급적 총선 이전에 선고를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구차하다.

필부 필부도 자존감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데 그토록 모질었으면 구차하지나 말았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누가 보아도 일말의 해석의 여지가 없이 욕된 글인데 ‘욕되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은 곧 실체적 사실을 기술하였을 뿐인데 본인들이 괜스레 욕되게 받아들였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하다면 사실을 증명하여 명예훼손에서 벗어나면 될 일이지 말이 구구할 까닭이 없다. 선처를 구할 까닭도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길이 그나마 염치불구 선택할 길이 아닌가 싶다. 근자 대한민국의 정치현실이, 사회가 너무 사나웁다. 말은 의롭되 그 뜻이 따르지 못하는 까닭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이성적 사유가 작동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보편적 가치가 공유되는 사회인가?

교육 수준만큼 문화가 발현되는 사회인가?

그렇다면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하지 않았다. 조선 스스로 썪어문드렸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발언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

수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정진석 의원의 이 발언에 ‘국민의힘’ 당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정진석 의원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

변명조차 없었다. 그리고 ‘국민의힘’ 당헌당규 상 ‘노무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로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없음에도 버젓하게 제22대 국회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정진석 의원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진석 의원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누가 부여한 것인가?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고 우리 사회의 얼굴이다. 나의 얼굴이다.

부끄럽다.

이 부끄러움을 어디에 씻을 것인가?

한 정치인의 진심어린 참회를 보고싶다.

/사단법인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