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금티를 갈 것인가?
그날 우금티를 갈 것인가?
  • 조성일
  • 승인 2023.05.0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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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성일 공주참여연대 이사장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내세운 바와 드러난 실상이 서로 부합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 그러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정당한 평판을 통한 정화과정이니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문제는 명분을 앞세운 위선이 자신도 속이는 개념화의 과정을 거쳐 신념처럼 세상에 유통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세상이 타락하는 이유다.

저으기 놀랐다.

사)동학농민전쟁우금티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공주시가 후원하는 ‘2023년 동학농민혁명우금티기념식’ 초대장을 받아보고 저으기 놀랐으며 사업회 이사로서 마음이 몹시 불편하였다. 다이아몬드의 찬란한 빛은 그 단단함에서 비롯되는 것이요 그러하므로 다이아몬드의 정체성은 그 단단함이다. 빛이 아니다.

그러하듯 ‘동학농민전쟁’의 불멸의 원천은 땅보다 더 낮은 곳에 있어 밟아도 밟히지 않고 바람보다 더 가벼워 기댈 곳 없어도 쓰러지지 않는 노동자 농민들의 육신에서 나온 저항정신이다.

그러므로 우금티기념사업회의 주인은 노동자 농민이요 이사장 및 이사는 그 대리인일 뿐이다.

이치가 그러한데 어찌 ‘2023년 우금티 기념식’ 기념사에 주인인 노동자 농민 대표가 빠져있는지 알 길이 없다.

더하여 이사장/시장/시의장/공주향교 전교/유족

5.11 기념사를 하는 이들 중에 노동자 농민에게 대표성을 위임받는 자는 누구인지 그 또한 더욱 알 길이 없다.

사)우금티기념사업회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금티가 국가사적지가 되기까지, 수십 년간 공주시농민회가 큰일 작은 일 굳은 일 마다하지 않고 기꺼웁게 바쳐왔던 그 헌신성은 간데가 어디며 갑오년 동학농민군의 적통자인 농민들은 5.11 그날 어디에 있으라는 것인가?

오면 오고 말면 말고 동학혁명군 위령탑 아래로 와서 기념사에 박수치고 죽창가나 따라부르며 거부당한 양곡관리법 심사나 달래라는 것인가?

관제는 타도대상일뿐이다. 이쯤이면 ‘2023년 동학농민혁명 우금티 기념식’은 관제다.

우리는 안다. 관제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안다. 통일운동이 민중의 손에서 국가권력으로 넘어가 한순간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안다. 우금티 관제의 시작은 무엇인가? 후원자인 공주시의 압력인가? 아니면 자발성인가?

내 듣기로 2022년 우금티예술제 때에도 애초 농민회장의 인사말이 빠져있어 항의 끝에 넣었고 그때 농민회장의 친일청산 발언을 들은 최원철 시장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리를 떴다고 하는데 최원철 시장 참 용렬하다.

이번도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짐작이나 해볼 뿐이지만 만일 그러한 일로 압력이 있었다면 마땅히 거부했어야 ‘동학농민혁명’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고 자발적이었다면 운동의 효율성에 너무 익숙해져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폐쇄적 조직중심주의는 아니었는지 돌아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신뢰와 상호이해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주였으면 더욱 좋겠다.

/공주참여연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