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대한 단상
촛불에 대한 단상
  • 조성일
  • 승인 2023.04.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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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성일 공주참여연대 이사장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촛불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단순한 물건에서 주권을 드러내는 신성한 표상이 되었으니 권력은 다름 아닌 촛불에서 나온다. 촛불을 들고 세상에 서는 순간 자연인에서 헌법적 지위를 갖는 주권자가 되는 것이다.

하여 누구라도 언제라도 주체적 판단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촛불이다. 그러나 그만큼 진중하고 때를 살필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공주촛불행동’은 그러한 점에서 안타깝게도 아직은 때 이른 초저녁의 촛불처럼 흐릿하게 촛불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불쏘시개만 타고 만다.

무슨 이유로 왜 이렇게 성급하게 시작이 되었는지 짐작은 가지만 언급은 삼간다. 다만 시민운동의 순수성이 침해당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는 아이도 속이 있어서 운다. 하물며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사람들 누군들 속이 편하겠는가? 울분이 없겠는가?

참가에서 홀로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정의는 있다. 분노는 쌓이고 있다. 분노는 터지는 것이지 권유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운동은 공감을 해나가는 것이다. 강요하거나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직은 촛불행동에 호응이 적다면 세상읽기를 성찰할 일이다. 서운해 할 일이 아니다. 비난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람마다 듣는 정보와 세태분석이 다르다. 누구는 더 정의롭고 누구는 더 정의롭지 않아서 함께 하고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내도 실천이요 사유도 실천이다. 한국사회의 성격을 보다 깊이 탐구하고 방향을 모색하며 가치를 정립하고 소리 없이 실천하는 삶이 더 큰 실천이다. 서로를 대한 태도와 마음이 좀 더 깊어졌으면 좋겠다. 거친 언사야 성정대로 나오는 것일 테지만 진정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옳은 말일수록 때에 맞게 해야 한다. 때맞추어 흠뻑 내리는 비라야 땅을 적실 수 있다.

염려스러운 마음에 한마디 더한다. 다들 좋은 마음과 뜻으로 하겠지만 특정 정당의 조직과 시민단체는 각자의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같은 목적으로 시너지를 얻기 위해 한두 차례 결합하는 것은 좋지만 상시적 결합체여서는 안 된다. 서로에게 좋지 않다. 공연한 기우기기를 바라며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나마 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싸웠고 언제나 새날은 왔다.

/공주참여연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