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촌체험연수를 통해 본 농촌의 가치
유럽 농촌체험연수를 통해 본 농촌의 가치
  • 조성희(충남교육연구소 사무국장)
  • 승인 2007.09.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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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열흘 동안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의 농촌마을을 돌며 그들의 농업정책과 농촌체험관광정책 및 운영실태, 농업인과 농촌 청소년 교육 등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특히나 독일 켐텐시 농업국장을 통해 들은 독일 농업정책의 4대 기본목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독일 농업정책의 4대 기본목표는 첫째는 농민도 일반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한 삶의 질을 향유하며 발전에 동참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민에게 질 좋고 건강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국제농업 및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이고, 네 번째는 자연과 농촌의 문화경관을 보존하며 다양한 동식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농간 소득균형을 위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과, 경쟁력 향상과 소득증대만을 추구하여 농민을 돌보지 않을 경우 대다수 농민이 농촌을 떠날 것을 우려해 가급적 많은 농민을 농촌에 안주시키고 식량생산기반인 농토를 지키게 함으로써 ‘주거와 휴양 공간으로서의 농촌’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독일식 ‘농자천하지대본’의 기본철학이 깃들어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은 연방공화국으로 주 정부마다 각기 다른 정책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유독 농촌지도사업만은 주 정부가 아닌 정부 주도로 수행이 되고 있는데 이는 독일 정부가 농촌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농촌은 국민의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 전 국민의 50% 이상이 소도시나 시골에 분산 거주하고 있으며 농민은 농촌에 남아 농업을 통해 자연경관을 가꾸고 보존하며 국민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균형된 소득을 보장받고 있다.

또한 농민과 농촌에 뿌리를 내릴 청소년들의 교육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농촌주부자격증’ 제도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농촌주부자격증’은 각 농업국 소속 농촌가정경영학교 과정을 이수해야 딸 수 있는데 농촌가정경영학교는 3년 과정으로 농가경영, 축산, 요리, 집안청소, 육아, 정원가꾸기, 간병 등등 사회적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에 살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농촌주부로서의 삶에서 부닥치는 각 분야에 대한 실습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일의 농촌주부는 바로 농촌살림살이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농촌주부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농촌주부들의 가출로 결손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우리 농촌가정을 생각할 때 새삼 부러운 현실이다.

이번에 돌아본 알프스산을 빙 둘러싼 티롤 지역은 목초지와 베란다에 제라늄이 만개한 하얀집 등 그야말로 달력그림 같은 풍광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곳이었는데 그 배경에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목가적 분위기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그곳 농민들과 농업국의 고집과 인내, 그리고 지원이 있었다. 그곳의 농가민박을 방문했을 때 마침 그 지역의 대목수 한 분이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그는 몇 해 전 우리나라 무주에 가 티롤 전통 방식의 펜션과 카페를 지어주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농촌문화경관 속의 ‘그림같은 집’의 아름다움은 그들만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 농촌 구석구석에 체험마을이다 환경조성이다 개발이다 하는 명목으로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는 유럽식 펜션들이 과연 우리 농촌마을의 더 나은 삶터 조성이나 문화경관을 살리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유럽의 그 그림같은 풍경을 통해 우리가 보고 배우고 가져올 것은 유럽 농민들이 그들 나름의 농촌 문화경관을 지키기 위해 기울여온 땀과 의지이지 그들 문화 형태의 이식이 아닌 것이다.     

새삼 농촌 개발과 보존, 특히 농촌개발사업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농촌의 개발사업은 도시화나 다른 나라의 모방이 아니라 가장 농촌다운, 우리의 전통문화경관을 살리는 것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