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별에서 공주시민으로 살기 위하여
푸른별에서 공주시민으로 살기 위하여
  • 조성일
  • 승인 2023.02.1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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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성일 공주참여연대 이사장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조성일 이사장 ⓒ백제뉴스

사랑이 그러하듯 절실하지 않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늘도 우리는 인간의 길을 말하였고 정의를 노래하였으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말하였고 푸른 지구를 노래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미증유의 풍요 속에서도 세상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탐하는 마음이 오히려 승하여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은 멀기만 하고 지구는 신열이 높아만 가니 과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하여 하늘은 더 이상 인류의 탐욕과 이기심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온 지 오래고 오래다. 남극의 눈물이 그러하고 사스, 메르스가 그러하고 작금 코로나가 그러하다.

천지간에 이름 있는 모든 존재는 섭리 밖에서는 한 찰나도 존재할 수 없는 터 하늘이 보내오는 신호를 더 이상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성장을 주문처럼 외우며 이대로 살면 2040년에 이르러서는 지구는 백약이 무효인 어떤 방책도 소용없는 회생불능 상태가 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기후변화로 일어나는 불길한 조짐들을 수시로 목도하고 있다.

동토 시베리아가 섭씨 40도까지 올라 언 땅속에 묻혀있던 새끼사슴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사람을 죽음으로 끌고 가고 뉴욕은 따뜻한 봄날에 15cm 폭설이 내렸다.

크고 잦아진 자연재해에 내일 아침 당장 우리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 공연한 과장이 아니다. 죽은 동물이 산 사람 목숨을 빼앗아 가는 터에 무슨 일이 일어난들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실은 늘 상상 이상이다. 불행한 일일수록 그러하다.

우리 시대까지는 그런대로 살아갈지는 모르겠으되 손주시대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결정코. 앞생은 행운이요 후생은 죄라면 이는 혼자 탯줄 끊고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주는 말 못하는 미물 앞에서도 들 낯이 없다.

과학이 가져다준 풍요는 기꺼웁게 누리면서도 과학이 경고하는 위험지표는 귓등으로 흘리는 우리의 이러한 즉물적 삶은 흡사 그곳이 어딘지 모르고 불빛을 쫓는 하루살이 아니겠는가? 과학 또한 위험지표를 제시하는 동시에 우리의 소비욕구를 충동하는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으니 이는 과학의 역설이요 과학의 생존본능이다.

끝내 과학은 살고 인간은 죽고 지구는 괴멸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물신의 세계에서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가? 정녕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있는가?

탄소중립 에너지 등 지구위기 문제가 나오면 으레 나오는 말이 있다. ‘개인은 충분히 아끼고 절약하면서 산다. 그것은 기업과 정책결정자들의 문제다. 시민들 탓이 아니다.’ 왜 아니겠는가. 열 번 맞다.

우리는 늘 부족하고 어딘가 아쉬워하며 산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돈이 조금만 있어도 해결될 것 같은 남모르는 사연들을 안고 산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 있기도 하다. 하나는 오지도 않은 내일의 불행을 예감하며 스스로 오늘을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오히려 삶이 어순해지는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소비하기 위해서 절약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본적 삶이 힘든 분들께는 위로와 사랑의 말씀을 드린다. 힘들더라도 좀 더 삼가하고 그만큼 더 절실하게 국가와 기업에 탄소중립과 지구환경을 주장하자는 뜻이다.

기업이 의지하는 곳은 국가권력이나 소수의 부자들이 아니다. 기업이 편리와 필요를 창출하면 기꺼이 응하는, 서민이라 이르는 보통의 우리 같은 사람들이다. 패션이 유행을 선보이면 내내 잘 입던 아직도 새 것 다름 아닌 옷이나 안경 등이 몇 십 년은 지난 구식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인테리어, 가구, 생활양식까지도 그러하다.

‘소비가 줄면 기업이 도산하고 기업이 도산하면 삶이 힘들어진다.’는 명제는 최면제다. 자유로운 영혼을 향한 각성을 잠재우는 최면제요 물신교의 문으로 유혹하는 환각제다. 세상은 이미 실물가치를 한참 넘었다. 풍선은 바람이 든 만큼 높이 오르지만 부푼 만큼 터지기 쉽다. 세상은 이미 팽팽하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하지 않으면 문화적으로 소외감을 불러오는 그런 일이 너무 많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에서 지구를 회복하는 생명순환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편리와 필요와 유행을 쫓지 않고 크고 좋은 것에 끄달리지 않는 삶만이 우리 자신을 물신의 속박에서 구원할 수 있다. 그 길만이 오직 자유로운 인간의 길이 아니겠는가?

청춘시절, 너희만은 가난을 면하고 출세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열심히 일했고 공부했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세상 어느 나라 누구보다 근면하게 한 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노년에 이르러 이제는 시민의 이름으로 모였다. 탄소중립을 주장하는 행동하는 시민으로 모였다.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절대빈곤과 풍요의 시대를 모두 경험한 파란만장한 삶에서 지혜를 꺼내어 한 생 터전이 되어준 그리고 미래의 손주들이 살아갈 지구를 살리는데 함께 하자고 모였다.

공주를 생태도시의 메카로 만들어보라고 모였다. 공주, 매일 걷고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는 공주의 거리를 걷고 싶고 자전거 타기 좋은, 금학동 생태공원에서 신관까지 시어골에서 옥룡동까지 휘파람 불며 다닐 수 있는 활기찬 거리로 만들어 보라고 모였다. 나무와 작은 공원이 아름다운 생태도시 공주로 만들어 보라고 모였다.

‘60+ 공주기후행동’이다. ‘+’는 성 구분 없이 60세 이상이라는 기호이다. 좋은 시를 많이 쓰는 이문재 시인의 제안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좋은 인연들이 맺어졌으면 좋겠다.

하늘과 땅과 바람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막힌 하수관은 원인이 저 먼 곳에 있다. 타지에서는 공주라는 말만 들어도 반갑다. 사람은 친목회에서나 가리고 가야할 길이어서 가는 길은 우리 손잡고 가자. 개결함도 지나치면 협량이다.

꼭 보면 좋을 유의미한 통계가 있어 소개를 하며 글을 마친다. 2022년 한 해 잘 팔린 차 10종 가운데 유럽은 10종 모두, 일본은 9종이 경·소용차인데 반하여 대한민국은 7종이 중·대형차다.

크고 비싼 것. 부끄러운 일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천지간에 미안한 일이기는 한 것 같으다.

배움이 넘쳐나는 시대 누가 지성인인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만큼 가지고 있고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도 절제하고 사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부디 지성의 길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