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으로서 바람직한 삶의 지혜
노인으로서 바람직한 삶의 지혜
  • 최은숙
  • 승인 2022.06.14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최은숙 동곡요양원 재활생활교사
최은숙 ⓒ백제뉴스
최은숙 ⓒ백제뉴스

 

노인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살아온 세월만큼 쓰는 물건에도 애착을 느끼고 손때가 묻어있다.
또 물건들에 추억이 쌓여있다.
보리고개와 가난 등 결핍의 시대를 겪어온 시대일수록 물건 버리는 것을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옛날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할부로 세계문학, 한국문학전집 등 많은 돈을 주고 샀던 아끼고 아끼던 책도 이제 고서가 되었고 누구 한 사람 보는 사람이 없다.
이사를 하면서 버리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않고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책뿐만 아니라 옷도 유행이 지나고 철이 지나면 크기가 몸에 맞지 않는다.

가정에 쓰는 물건도 이제 세월 따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자녀들이 물건을 버리면 부모는 도로 주워오는 어머니도 있다.
몇 년 동안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아니하면 짐이 된다.

장수시대는 물건도 장수하기 쉅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부모님의 집 정리가 화두가 되고 있다.
80~100세 부모가 남긴 집 정리는 자녀들이 맡게 된다.
꽉꽉 들어찬 물건들에 경악하고 부모의 손때묻은 물건들을 함부로 버릴 수 없어 난감해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가능하면 생전에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생활환경을 갖추고 물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좋은 가방이나 의류는 필요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다.
훗날 자녀들을 위해서 미리미리 물건을 줄이겠다고 다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갑자기 죽게 되면 많은   책과 생활용품을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아끼고 소중한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남은 가족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쾌적한 삶을 위해 노인 스스로가 미리미리 자신의 물건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선택은 자기에게 있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버리라는 것은 무소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는 않는 것이다.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은 지혜로운 삶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다. 누구도 예외 없이 무소유로 시작하여 무소유로 생을 마감한다.

/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