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점이 아니라 특징입니다
결점이 아니라 특징입니다
  • 오희숙 기자
  • 승인 2007.09.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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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우리 학교 일학년 남학생 하나가 찾아왔다. “애들이 제 앞니를...” 말을 마저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운다. 순간 아이들 사이에 집단폭력이 벌어져 앞니가 부러진 상황으로 지레 짐작하고, 걱정과 함께 그 처리절차에 대해 잠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학교폭력은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아직까지 우리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 얼굴을 보니 눈물로 범벅은 되었을지언정 상처가 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흐느낌이 멈추기를 기다려 말을 들어보니 앞니가 튀어나왔다고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놀림을 지금까지도 받게 되어 너무 서럽고 친구들이 밉고 자기 자신도 미워진다는 것이다. 집단폭력은 아니어서 일단 안심은 되었지만 집단따돌림이나 언어폭력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인 급성장 뿐 만 아니라 심리적인 성장, 변화가 이루어지며 특히 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고 미워하고 감추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대부분 소진한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불행한 일인가! 

그러나 청소년의 시기는 독립심에 대한 욕구가 표출되는 시기이면서도 가정이나 또래 집단에 소속감도 원하는 이중적인 심리적 욕구로 인해 갈등하는 시기인 만큼 친구들의 태도에 전혀 초연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다행히도 시대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시각이나 관념에 어떤 암묵적인 평균치랄까 정형의 기준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한 기준 같은 것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든 남보다 튀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따라서 보편성을 벗어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오히려 더 장점으로 활용하여 성공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그 아이에게 해준 조언인즉슨,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난이나 놀림은 힘들지라도 감내해야 하나, 어찌할 수 없는 신체의 특징(이가 튀어나온 것은 개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지언정 결점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네가 확신하여야 한다.) 때문에 놀림을 받는 것은 부당하고 참으로 속상하여 마땅한 일이다. 어릴 적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남을 놀리기도 하지만 어른이 되거나 그런 괴로움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하지 않는데 그건 자신의 경험이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할 수 있게 하고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너도 이번 기회에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혹 친구들의 행동이 크게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상대의 반응이 재미있거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놀리는 아이들을 그때마다 때려눕혀 놀리지 못하게 할 수 없는 바에야,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헛김 빠져 무슨 재미로 더 계속하겠느냐, 친구들도 너의 의연한 태도에 오히려 놀라고 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훈화를 통해 친구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남을 배려하도록 해주겠다... 이 과정에서 ‘갈갈이’로 성공한 박아무개 개그맨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도 언급되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그 아이는 밝은 얼굴로 나갔고 오후에 친구들과 담소하며 지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희순 정산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