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우리 아이들이다
그들도 우리 아이들이다
  • 김홍정 부여산업과학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07.08.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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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끝나고 수업이 시작되자 걱정이 생겼다. 본 것을 말해 주어야 할 터인데 평양에서 보고 온 것을 그대로 말하기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느낌을 말해 주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상봉 모임의  교사로서 옳은 일은 아니다. 그저 본 대로 말하면 될 것이지만, 사실 내게도 충격이었으니 이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들을 편집하여 평양의 거리와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 북한 학생들의 공연, 비로 인해 범람한 모습 들을 보여주자 아이들의 호기심은 이내 걱정으로 바뀌었다. 저렇게 수해가 났으니 어찌해야 하냐는 것이다.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북한 청소년 축구팀을 죽어라 응원했다는 녀석은 당장 모금함이라도 돌릴 기세다. 아이들에 대해 걱정했던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아이들은 북한에 대해 참으로 다행스럽게 매우 냉정하고도 차분한 판단과 민족애로 그득한 걱정, 그리고 민족간의 더 이상의 불행은 없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참으로 당당히 말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교육자상봉모임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2003년 평양에서, 2004년 금강산에서 남북의 교원들이 교육의 문제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로 중단되었다가 8월 6일부터 4일간 평양에서 세 번째 모임이 있었다. 방문단은 평양시내의 모란봉제일중학교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등을 방문하여 북한 학생들의 다양하고도 활기찬 특기적성교육에 대한 참관을 했다. 놀라운 수준이었다.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이 상당한 전문가 수준이었다. 모든 학생이 다 우수하지도 않을 것이라 구태여 반론할 필요는 없다. 교육활동 중에 발현되는 탁월한 재능과 소질을 개발하여 전문화하는 것이 교육의 한 양상으로 보고, 그만하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방문단은 북한 학생들의 공연에 손이 터지도록 박수를 치고 환호하였다. 모든 학생들이 입시에 매달린 우리의 현실을 자꾸 돌아보게 하였다. 영어회화, 컴퓨터, 바둑, 서예, 자수, 십자수, 악기 연주, 태권도, 배구, 농구, 우리 아이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결국 그들도 우리 아이들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통일교육은 작금의 시점보다 통일의 시점에서 어떻게 오류를 줄이고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이해해야하는 미래형이다. 곧 차이를 줄여가는 일이다. 그러니 인간을 우선하여야 한다. 감성을 말하고, 체형을 말하고, 예술을 말하고, 학문하는 방법을 말하여야 한다. 관찰과 동일시의 방법을 적극 권장하고 적극적으로 현상을 해석하여 실존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통일교육이어야 한다.
 
단절의 과정을 겪은 후 다시 교육분과의 활동으로 시작하는 남북한 현장 교사들의 만남은 그런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 남북 교육자들 사이의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모두 한 가지로 통일의 당위성에는 일치한다. 그러니 앞으로의 노력으로 차이를 줄이고 공감을 찾아 노력할 일이다.
 
상봉 모임기간 비가 참 많이 왔다. 북측의 교사들은 2시간이면 시골의 강물이 범람한다 한다. 돌아와서 보도를 보니 평양 거리도 물에 잠겼다. 몇 차례 행사를 위해 오가며 눈에 익숙해진 대동강, 보통강변이 온통 물로 잠겼다. 대통령의 평양 방문조차 연기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다하니 여간 걱정이 아니다. 그러나 물난리 정도로 멈출 일이 아니기에 기대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