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충남교육감 '섬 지역 통학선을 체험하며'
김종성 충남교육감 '섬 지역 통학선을 체험하며'
  • 백제뉴스
  • 승인 2010.09.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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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성 충남교육감

며칠 전에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다. 추석 전 보령 앞바다의 원산도와 삽시도에 위치한 세 학교를 찾았다. 도서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하고, 도서지역 교육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공동체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태풍 곤파스 피해를 위문도 하고 어려운 가운데 추석을 맞는 섬 지역 교육가족과 주민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치는 운동회를 참관하고 축하할 기회를 가졌다.

  섬으로 이동하는 데는 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통학선을 이용했다. 부끄러운 얘기 같지만 이제까지 통학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단지 섬 지역 학생들의 섬에서 섬으로 통학을 위한 배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육지의 통학차량과는 많이 달랐다. 타고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배가 정박하는 자리도 풍랑에 따라 높낮이가 달랐다.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른의 손길이 필요했다. 소음도 심했다. 파고에 따라 흔들림도 달랐고 때로는 망망대해를 요동치기도 했다.

  학생들이 하교할 때는 함께 배를 타고 이동했다. 어린 학생들의 고생에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다. 어느 학생은 배에 내려 섬 안에는 교통편이 여의치 못해 다시 30분 이상을 걸어야 집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는가를 물으니 6시라고 한다. '부지런을 타고 나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근무하는 교직원들의 고생도 많았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헌신과 봉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매사에 초점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집중하는 공인으로 봉직해야 한다.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도 가볼 수 없는 딱한 사정도 있었다. 직원들의 복지와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했다.

  하루 동안 통학선 체험을 하면서 섬 지역 교육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 도서벽지 교육발전을 위해 방안도 찾아보았다. 섬에서 생활하는 주민의 자녀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농어촌에 거주하더라도 교육만큼은 도시에 뒤지지 않게 할 일이다.

  학교방문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학교폭력이 전무한 것이었다. 소인수 학교로 1:1 지도가 가능했고, 학교가 가정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서도 ‘바른 품성 5운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위기학생이나 부적응 학생이라도 부모가 함께 이곳에 와 살면서 학교에 오면, 어울림 속에서 저절로 순화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느 대안학교보다도 여건이 좋았다.

  전교생이 문화와 예술을 함께 하는 교육을 하고 있었다. 밝은 빛 월요음악회라 하여 모든 학생들이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전교생이 참여하는 취타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연주법을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강사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자연스럽게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점이 권장할 만한 대물림 교육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준 높은 사이버교육과 원격화상교육이 실시되고 있었다. 현재 충남의 모든 초ㆍ중학교에 원어민이 학교에서 학생을 만나 수업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지역은 자원하는 원어민이 없어서 여의칠 못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았고, 현재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원어민과 실시간 화상수업을 하고 있다. 또한 바다의 기상 악화로 통학선을 띄울 수 없을 때는 화상교육으로 수업결손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섬 지역 모두에게 평생교육이 특별히 중요했다. 실제 원의중학교에는 5,60대 만학도 아주머니, 할머니 다섯 분이 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다. 어느 할머니는 공부가 즐겁고, 특히 영어가 재미있다고 했다. 대화의 장에 함께한 노인회장님은 어려웠던 시절 생업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노․장년을 위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길 원했다. 학교는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문화센터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만은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소외계층도 소중하고 장애학생도 소중하다. 도서벽지도 중요하고 농어촌과 도시지역도 중요하다. 방문한 학교의 교무실에 붙어 있던 “작은 학교지만 꿈은 결코 작을 수 없다”라는 구절을 새삼 되새기며, 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지니길 바란다.

  섬 지역 학교를 방문하고 통학선에서 보낸 하루는 다시 한 번 도서벽지 교육문제를 환기하는 소중한 체험이 되었다. ‘모두가 공감하는 행복한 충남교육’에 노력하는 교육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