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길목에서
가을의 길목에서
  • 김종완
  • 승인 2021.08.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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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종완
김종완 조합장 ⓒ백제뉴스
김종완 조합장 ⓒ백제뉴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가을 소풍 때다, 나락이 누렇게 물들어가고 논둑에는 밀짚모자에 헌 옷가지를 입은 허수아비가 참새 떼를 쫓고 있다.

장수잠자리 두 마리가 나락 끝에서 날개를 활짝 폈다 오므렸다를 반복하며 사랑을 나눈다.
우리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 따라 먹을거리 싸 들고 멋쩍게 줄지어 간다.

나는 우리 반에서 키가 작은 편이었다. 줄지어 갈 때마다 항상  맨 앞 줄에 선다.
오늘도 반 앞에서 국현이랑 서서 같이 걸어간다.
여느 때와 같이 설렘도 있고 금강사이다, 땅콩빵, 10리 사탕, 김밥 등 점심에 먹을 생각으로 기분좋게 걸어간다.

이 가을이 가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그랬다.
발걸음이 가벼운지, 무거운지 모른채 먹을 생각만으로 가득 했다.
소풍 길 애꿎은 코스모스만 손으로 톡톡 치며 걸어간다.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보였다 숨었다 숨바꼭질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랜다.

그때는 학생 수가 많아 한 학년에 1반, 2반씩 전체 수가 107명에 달했다
107명 중 여학생이 53명 정도였다.
소풍 장소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보물 찾기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쯤이면 선생님께서 말을 꺼낸다.

오늘이 초등학교교 6년 마지막 소풍이다.
오락도 하고 기분 좋게 놀아보라고 분위기를 잡는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신나게 놀자며 파이팅을 외친다.
감히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든지,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소풍을 간 장소에서 약1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비룡소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에는 눈깔사탕 아이스깩끼 와 땅콩빵 과자봉지 몇 개가 우리을 기다리고 있다.
뒷 구석에는 옹기다라 등 45도 학표 란 상표가 붙은 소주 네댓 병이 놓여져 있다.
그 옆에는 그 옆에는 바가지에 소금 조금 껍질이 채 벗기지 않은 땅콩이 마대에 담겨져 있다.

이것들이 가계를 지키고 있다가 친구 대여섯 명이 선생님 몰래 가게에 들려 소주 한 병을 사 가지고 온다.

점심 먹고 남긴 반찬을 펴 놓고 선생님 몰래 한 모금씩 마신다.
술을 5학년 스승의날 마지막에 먹어본 적이 있다.
병아리 눈물만큼 마셨는데 머리가 빙 돌고 정신이 몽롱하다.
축 처져 있든 분위기가 사라지고 힘이 솟군 친다.

친구들 틈에 끼어 신나게 놀고 있는데 이장희선생님, 손광만선생님께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고 한다. 똑바로 걷고 싶어도 다리가 풀려 발걸음이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는다.

월요일날 학교 가서 어제 소풍 가서 소주 먹고 한 놈 나와 김일배교장선생님 께서는 나를 노려본다.
머리에 피도 안말는 애들이 무슨 술 이야 하고 호통을 치고 대나무 뿌리로 손바닥을 맞아 죽는 알았다.

그후 우리는 유성, 공주 중학교로 입학한 뒤 고등학교, 대학교 등 졸업한 뒤 정치, 금융, 교육, 사업 등 각 분야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나는 고향 반포에서 고향 지킴이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고있다.

코르나19가 종식 되면 많은 친구 동창을 껴안고 그때의 심정을 한 없이 쏟아내고 싶다.
가을이 오면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가을 소풍이 아련히 떠오른다.

/반포농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