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개망초
들꽃과 개망초
  • 최은숙
  • 승인 2021.07.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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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은숙 동곡요양원 생활교사
최은숙ⓒ백제뉴스
최은숙ⓒ백제뉴스

 

매년 이맘때면 온 들과 온 산야에 무수히 피고 지는 이름 모를 들꽃 들, 뭇사람들에게 짓밟혀도 상관하지 않고 소리 없이 피어나는 야생화들,
산모롱이에 핀 난쟁이 붓꽃,개울가에는 금낭화,논둑에 핀 노루귀, 온 들판을 수놓은 개망초, 등등 이름 모를 들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곱게 물들인다.

어김없이 여름이면 빈 밭이나 도로가에 무수히 피고 지는 들꽃중의 들꽃은 바로 '개망초꽃'이다.
이 꽃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으나 꽃길의 배경역할을 하는 수수한 아낙네와 같은 꽃이다.
나는 이 들꽃을 좋아한다. 꽃다발 선물을 받을 때 안개꽃과 같은 들꽃, 개망초, 달밤이면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꽃과 흡사하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을 연상케 한다.

뿌옇게 온 천지를 수놓은 들꽃중의 들꽃 개망초!
해마다 이맘때면 소복한 너의 자태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래 년 전 유월 달이었으리라 공주에서 대전으로 가는길에 반포쪽으로 꽃길이 장관이다.
붉은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아 자태를 뽐내는 키다리 접시꽃아가씨,
노란꽃잎을 살랑거리며 웃음으로 반기는 루드베키아 군데군데 무리지어 수수하게 피고 지는 들꽃들, 루드베키아를 화려한 여인네 꽃에 비유한다면, 들꽃 개망초는 수수한 아낙네의 꽃, 루드베키아는 '양국화'
또는 '기생초' 라고도 부른다.
들꽃 중 무수히 무리지어 피는 개망초꽃은 빈 밭이나 길가에 많이 핀다.

루드베키아와 접시꽃은 요염하게 자태를 뽐내고 자랑하지만 개망초는 안개꽃과 같이 수수하게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 꽃이다.
만약 꽃다발 속에 안개꽃이 빠진다면 보기가 어떠할까.
개망초꽃의 유래는 '슬픈꽃'으로 아프리카 흑인들이 미국으로 끌려와서 노예생활을 하면서 지어진 이름인데,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꽃말이 '화해'란다. 우리들이 어릴 적 옛날  시골에서는 계란후라이처럼 생겼다고 일명 '계란꽃' 으로 불렀었다.

그리 화려하지도 않으며 수수하게 주변을 장식하는 안개꽃과 같은 개망초,
그 옛날, 비록길이 막히더라도 들꽃 길을 감상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귀가 하곤 했었다.
들꽃이 무수히 많이 피는 유월이 다가기전에.......

우리인간 사회에도 여러 가지 유형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들꽃같이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한 평생을 떡볶이와 김밥장수를 해 모은 수억대의 전 재산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선 듯 내어 놓은 할머니도 있는가하면, 연말이면 익명으로 불우이웃에 수 백 만원을 기부하는
사람도 있으며, 모은 돈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 리스 오블리주의 유명기업 사장도 있다.
가진 자의 도덕적인 의무, 노블 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들꽃 같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늘어만 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세상에 자기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못 먹고, 굶주리며 막장생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준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훈훈해질까.
늘그막에 나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눔과 봉사로 들꽃같이 살다가 들꽃같이 늙어서 세상을 떠난다면 먼 훗날 자손들에게도 멋진 삻을 살았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탐욕에 눈이 어두워 세상을 어지럽히는 기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서늘한 바람을 맞고서야 씨앗을 맺는 들꽃 들, 참으로 자연의 섭리는 오묘한가 보다. 구름도 
조용한 이 성하의 계절에,색깔고운 하늬바람이 되고 싶다.
오래전 가볍고 또 가벼웠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어디선가 소슬바람 한 줄기가 목을 간질이며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