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관한 명상
눈에 관한 명상
  • 장재을 국선도 명상지도자
  • 승인 2007.08.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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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수행서 중에 <보왕삼매론> 이라는 책에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너무 건강하고 풍족한 것 보다 때로는 몸도 아프고 부족함을 경험할 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참된 가치를 알게 된다는 가르침 같습니다.

저는 아주 시력이 뛰어난 건강한 눈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저는 이렇게 건강한 내 눈 보다는 좀 더 멋있고 잘 생긴 다른 사람들의 눈을 더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 눈에 힘을 줘 보기도 하고 찡그려 보기도 하면서 멋진 눈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 연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든 지금에서야 내 눈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책과 신문을 볼 때 마다, 또 컴퓨터를 켤 때 마다 꼭 안경을 챙겨야 됩니다. 그래서 집과 직장에 안경 한 개씩, 또 차 안에서도 가끔 뭔가를 봐야 되니 차 안에도 하나 이렇게 세 개의 안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할 때 보다 불편함을 겪고 있는 지금이 눈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갖는 기회가 더 많으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성인의 말처럼 저도 불편함을 겪고 나서야 그 고마움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경 세 개를 갖고 살아야 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안경을 안 끼고 살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안경을 벗고 있을 때의 자유로움도 알게 됐습니다.

얼마 전 이렇게 자유로운 제 눈에 또 한 번 작은 변고가 왔습니다.

여름철에 많이 유행하는 염증으로 별건 아니었습니다.

눈이 아픈 만큼 눈에 많은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합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눈을 깨끗이 씻으며 거울을 바라봅니다. 붉게 충혈된 눈이 참 가관입니다. 눈 안에서 모래가 굴러다니는 것도 참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치는 눈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 생각이 스쳐갑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멋있게 보이기 위해 힘을 주고 부라려본 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한 평생을 같이 살아온 눈에게 마음으로 다가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순간 한없이 자애로운 모습을 띤 거울 속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눈이 거울 속에서 멋진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눈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눈에 힘을 주는 연습 보다 눈에게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는 것이 내 눈을 훨씬 멋있게 만든다는 걸 이 때 알게 됐습니다.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작은 눈병으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진짜 눈을 찾았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해보세요.

거울 속의 눈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리고 자애롭고 사랑스런 눈길을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