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곁의 행복
[기고] 내 곁의 행복
  • 최은숙
  • 승인 2020.11.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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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숙 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
최은숙 동곡요양원생활재활교사 ⓒ백제뉴스
최은숙 동곡요양원생활재활교사 ⓒ백제뉴스

 

해뜨기 전 이른 아침에  동네 뚝방길을 걸었다.
잘 익은 벼들로 풍성했던 들판이 열마전  하얀 서리로 덮여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시골 집 마당에는 감나무마다 몇 개씩 남은 잘 익은 감이 홍시로 변해가고 있다.

수확은 결실이며 보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두어들이면서 다음의 결실을 위해 또 다시 계획하고 더 나은 수확을 꿈꾸게 된다.
사람마다 수확의 열매는 다 다르다.
부의 축적일수도 있고, 보람의 기쁨일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의 상승일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열매는  자신의 행복감이 상승하는 것이다.

살면서 오래 못갈 것을  영원할 줄 알았고 지금 좋으니 언제까지나 좋을 줄 알았다.
그래 죽고 못 살 것처럼 집착했던 일들도 미워하고 증오했던 순간들도 지나고 보면 허망하다.
많은 사람들과의 얽힘 속에서 바쁜 생활에 허덕여 왔지만 문득 돌아 보면 덧없다.

복잡한 세상사를 향한 관심을 조금씩 거두어 가면서 주변의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 자주 눈길이 가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간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오늘 아침 텃밭에 조그마한 한평짜리 내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를 보고 나는 너무 행복했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항상 평온을 꿈꾸며 단출하고 작은 행복을 끝없이 그리워한다.
인터넷과 통신 그리고 배달 문화가 발달하면서 굳이 이 곳 저 곳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많은 일들을 집안에서 직장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이 제일 편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집에서 십분 거리만 가도 좋은 식당들이 창밖을 보고 혼자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두었다.

이러한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해 몇 년 전부터 지속적인 다양한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혼 밥, 혼 술, 케렌시아등의 유행어가 현실이 되어 실제로 집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집에 머물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 또는 게으르거나 비활동적인 사람등 좋지 않은 쪽으로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아마도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도 다양한 취미를 즐길수 있고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서 작은 행복을 나눌 수도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집에 머무른다고 해서 언제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취미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의 공간을 방문하여 함께 여유 시간을 즐기며 행복을 나눌 수도 있다.

조그만 있으면 연말이라 이런 저런 모임이 많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유흥을 즐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제 홈루덴스 쪽으로 살짝 방향을 바꾸어 보는 것도 필요할 듯,
가족끼리 아니면 가까운 지인 몇몇이 서로의 집을 방문하여 편안하고 멋진 여가 시간을 보내는 조용한 한 해의 마무리도 좋을 듯하다.

살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향기 나는 이웃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타인의 장점을 보고자하는 긍정의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행복의 선물이다.
남다른 큰 업적을 남겼거나 어떤 지위에 올랐다는 것으로 매겨지는 행복 보다는 일상의 삶 속에서 작은 것들로 꾸준히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는 삶이야말로 진정 나의 행복한 성공 삶이 아닐까!

/동곡요양원생활재활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