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3〉
백제문화제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3〉
  • 고주환
  • 승인 2020.05.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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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주환 사단법인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이사장

 

고주환 이사장 ⓒ백제뉴스
고주환 이사장 ⓒ백제뉴스

 

-제례의 근본정신을 중심으로 -

백제문화제는 제례이다. 제례의 근본은 추원보본(追遠報本:멀어진 조상을 추모하며 근본에 보답함.)이다. 제례는 옛부터 하늘(祭天:郊祭)과 땅(祭地:社祭)에 대한 제사를 통하여 주민의 단합과 총화의 기능을 하였다. 따라서 ‘삼충신과 삼천궁녀’에 대한 제례에서 출발한 백제문화제 역시 그분들을 추모하고 위문하며 백제의 후손이 함께 모여 가무를 즐기는 가운데 공동체감을 느끼며 화합하고 단결하는 행사이다. 결국, 제례의 핵심은 참여를 통한 조상과의 만남(접신)이며 후손들이 함께 즐기고 감사하는 것이다.

백제대제에서 백제문화제로의 변경이 갖는 의미는 실로 중대하다. 인물 중심의 대표적 제례는 국가의 종묘와 교육기관인 성균관과 향교, 서원, 가묘 등이다. 여기서 문화란 그분이 후세에 미친 정신적 교훈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문화재(文化財) 중심의 문화가 아니다. 물론 문화재(文化財)가 제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용에 “춘추에 조묘를 깨끗이 하며 종묘의 보물을 진열하며 의상을 펼쳐놓으며 계절의 음식을 올린다.(春秋에 脩其祖廟하며 陳其宗器하며 設其裳衣하며 薦其時食이니라)”는 기록에서 종묘의 보물과 그분이 입던 의상 등을 통하여 그분이 후세에 미친 영향을 흠모하고 감사하는 것이니, 문화재 또한 도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제례의 근본정신은 그분의 공덕에 대한 공경, 흠모와 감사함에서 출발하여 그분의 뜻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있다. 중용에 “효는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며 부모의 사업을 잘 성취하는 것이다.(夫孝者는 善繼人之志하며 善述人之事者也니라 )”에서 제례의 근본이 조상의 뜻과 사업을 계승ㆍ발전하는 데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제례의 완성은 모든 후손(주민, 국민)이 참여함에 있다. 중용에 “종묘의 예는 소‧목을 차서하는 것이요, 작위를 차서함은 귀천을 분별하는 것이요, 일을 차서함은 현자를 분별하는 것이요, 모든 사람이 함께 술 마실 적에 자제(下)가 어른(上)을 위함은 연소자까지 참여시킨 것이요, 잔치에 모발색깔로 자리를 정함은 나이를 차서하는 것이다. (宗廟之禮는 所以序昭穆也요 序爵은 所以辨貴賤也요 序事는 所以辨賢也요 旅酬에 下 爲上은 所以逮賤也요 燕毛는 所以序齒也니라)”에서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 참여하여 함께 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공주의 상징적 축제인 백제문화제의 정체성 확립은 제례의 근본정신의 실현여부에 달린 셈이다. 그 핵심은 그 분[4(?)대왕]의 교훈과 사업에 대한 추모와 후손들의 참여이다. 문화에는 계승과 발전의 분야를 나눌 수 있지만, 참여에는 공주시 16개읍면동의 남녀노소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추수를 마친 12월에 온 나라의 백성이 동네마다 한데 모여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회의를 열었는데, 의식 직전에 '맞이굿[迎神祭]'을 벌렸다.”는 기록을 보면 ‘온 백성이 동네마다 모여’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공주백제문화제는 어떠했나? 과연 공주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를 기획하고 시행하였나? 유명가수를 초청하고, 대형프로그램을 기획ㆍ시행하고, 금강에 배 띄우고 아름다운 조명을 설치하여 볼거리와 다양한 이벤트 등이 관람객 유치와 흥행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대다수 공주시민이 타자화된 축제는 아니었나?

16개읍면동이 교대로 참석하는 웅진성퍼례이드는 읍면동의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위원과 지역민을 들러리화한 한 예가 될 것이다. 필자가 참석했던 2018년 웅진성퍼레이드는 전 구간이 관중 하나 없는 삭막한 거리였다.

더욱이 이 퍼레이드에 참석하기 위하여 각 읍면동의 관계자는 소품제작, 연습 등에 1개월 이상의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 행사가 끝나면 적자를 갹출하여 메우는 실정이었다.

공주백제문화제의 대상인 4(?)대왕이 이 실정을 안다면, 과연 나의 훌륭한 후손이라 칭찬하며 흠향하겠는가? 지금의 백제문화제, 그 어디서 공주시민 모두의 참여와 그 분들의 공덕에 대한 흠모와 즐김이 있는가?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그 대안을 제안한 바 있다. 16개읍면동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를 당연직으로 하는 공주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구성과, 아울러 예산의 조기집행을 통하여 각 읍면동이 자발적으로 백제문화제계획안을 작성하고 이를 주민자치프로그램 및 동아리 단체 등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준비하여 참석하도록 할 것, 또 행사장의 음식 역시 16개 읍면동의 주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퍼레이드 방식은 1안 현재 방식이라면, 퍼레이드 전 구간에 참여 읍면동의 주민이 오전부터 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고 음식 만들어 먹고 마시며 노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2안 각 읍면동의 일정 장소에서 온 주민이 위와 같이 함께하는 방식도 좋다고 생각한다.

고대에도 온 동네의 남녀노소가 함께했던 축제가 지금은 일부 전문가, 이벤트회사, 일부 사업자ㆍ요식업자가 중심이 된다면 참으로 잘못된 것이 아닌가?

축제의 본질은 정치의 본질과 같다. 그래서 공자는 “교‧사의 예는 상제를 섬기는 것이요 종묘의 예는 선조에 제사하는 것이니, 교‧사의 예와̖ 체‧상의 의의에 밝으면 나라를 다스림은 손바닥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郊社之禮는 所以事上帝也요 宗廟之禮는 所以祀乎其先也니 明乎郊社之禮와̖ 禘嘗之義면 治國은 其如示諸(저)掌乎인져)”하셨으니, 나라를 다스림도 손바닥 보듯 쉬운데, 도ㆍ시ㆍ군의 자치단체이겠는가?

백제의 왕도이며 후손인 현철한 정치인과 백제문화제를 이끄는 현명한 지도자가 출현하여 모든 백제인이 춤추고 노래하며 박수치는 축제가 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이며 축제이며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