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바른 성장 방해하는 ‘소아 비만’
[칼럼] 올바른 성장 방해하는 ‘소아 비만’
  • 김주영
  • 승인 2019.12.17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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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생활 및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소아비만 증가

비만은 단순한 체중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조직으로 인한 과체중이나 대사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소아 비만은 보통 유아기에서 사춘기까지의 시기에 체중이 신장별 표준체중보다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비만이 있는 아이들이 양쪽 모두 비만하지 않은 소아와 비교해 볼 때 비만할 가능성이 6~7배 정도 높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비만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습관이 변하고 놀이문화가 발전하면서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져 운동량이 줄어들었다. 반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햄, 피자, 치킨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가 늘어나 소비에너지보다 섭취에너지가 많아졌기 때문에 남는 열량이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는 “소아비만을 내버려 두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라며 “또한 각종 성인병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우리 아이들의 비만, 각종 성인병과 성조숙증 위험 커져

비만한 사람은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당뇨, 지방간 등 각종 성인병 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소아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성인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소아 당뇨, 고혈압 등 소아비만 합병증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지나치게 쌓인 지방이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해 또래보다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나는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기 쉽고, 신체적 열등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가 불안정해 성적이 부진해지기도 한다.

또한, 소아기에 비만이 시작된 사람은 성인이 된 후 다이어트를 하기 더 어려워진다. 단순히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성인 비만과는 달리 지방 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기 때문에 일단 한번 생겨난 지방 세포는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세포의 크기가 줄어드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살을 빼더라도 금방 요요현상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장기 비만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아비만의 예방과 치료, 가족 구성원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

소아 비만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족들이 함께 식이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는 “아이들의 비만은 성인들의 비만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무턱대고 열량 섭취를 줄이면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족 구성원 모두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아이들의 비만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식이요법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습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외식을 하거나 패스트푸드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짜고 달고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삼시 세끼를 반드시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밥을 굶으면 다음 식사 때 더 많이 먹게 되고 중간에 군것질하므로 체중 감량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조건적인 초 저열량 식사나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면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음식은 작은 그릇에 담아서 먹고, 과식하지 않는다. 우리 몸은 식사하고 20분쯤 지나야 배가 찼다는 것을 감지하고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밥을 한 술씩 뜰 때마다 수저를 내려놓고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 좋다.

운동요법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과 농구나 배구, 줄넘기 같은 성장판에 자극을 주는 운동이 소아비만을 예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운동은 얼마나 격렬하게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가능하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 속에서 활동을 증가시키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또한, TV 시청 시간, 컴퓨터 게임 시간을 하루 한두 시간으로 제한하고, 심부름을 시키고 가사를 돕도록 하는 등 신체를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행동요법

음식은 반드시 일정한 시간에 식탁 등 정해진 장소에서만 먹고 TV를 시청하거나 책을 보면서 먹지 못하도록 한다.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 장소, 시간, 감정 상태 등을 기록하는 식사 일기와 운동량을 기록한 운동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금지한 음식을 가족들이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소아 비만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살찐 아이에게 인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족 전원이 아이와 함께 맞추어 생활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