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산서원에서 시를 읊다
길산서원에서 시를 읊다
  • 고주환
  • 승인 2019.09.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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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주환
고주환ⓒ백제뉴스
고주환 이사장ⓒ백제뉴스

 

공자는 시경의 시 300편을 한 마디로 思無邪(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라 평하셨다. 그래서 시를 보면 시대를 안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칠정이 만난 시대에 부딪쳐 사심 없이 토로하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낭송회에 참석하였다. 70년 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시와 시낭송인의 아름다운 한복 자태와 시에 취한 듯 뿜어내는 목소리에 꿈꾸듯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론 이렇게 많은 시와 이렇게 많은 시낭송동호인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이나 놀라고 감동하였다. 일제에 아파하는 마음도 가졌고 분단의 아픔과 독재에 항거하는 마음도 느꼈으며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 마음도 함께하였다.

20세기 격변의 역사를 치달려오며 얼마나 많은 아픔이 우리의 칠정에 부딪쳐서 절규했던가? 그럼에도 이처럼 차분히 모여 시를 낭송하며 잔잔히 시대와 함께하는 이들을 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이 세계 제1등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차올랐다.

시가 거짓이 아니듯 학문 또한 거짓이 아니다. 초려역사공원의 주인공 초려선생은 병자국치를 몸소 거친 분이다. 그때 척화파로 끌려간 삼학사에 대한 소회를 읊은 시를 보면 학자로서의 진심어린 결기를 알 수 있다.

有懷洪尹吳三學士口占

홍, 윤, 오 삼학사에 대해 소회가 있어 즉석에서 지음

人間但見千金重 天上誰知一日明

碧海漫漫流不盡 只應隨得魯先生

인간세상에선 단지

천금 중한 줄만 알지,

천상에 한 태양 밝음을

뉘라서 알리.

푸른 바다 넘실넘실

한끝이 없으니,

응당 동해의 노중련을

따라 만날 거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제뉴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제뉴스

 

그러니 초려 선생이 어찌 학문의 본령인 실천대의를 저버리고 현실의 관직을 탐하겠는가? 초려 선생이 국정전반의 개혁론을 제시하면서 말미에 자신의 진퇴는 물론이고 “삼가 목숨을 건다.”고 하신 것이 바로 학문을 실천하신 것이다.

선생의 실천대의를 받들어 시를 낭송하고 함께 시대를 아파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니 선생의 학문과 사상이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물결을 타고 사해만방에 퍼지리라.

/(사)공주시마을공동체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