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양보한 공주의용소방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저녁 양보한 공주의용소방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이순종 기자
  • 승인 2019.08.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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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저녁시간 집중 순찰 실시
'투신 집중 발생 지역' 공주대교, 금강교 대상
ⓒ백제뉴스
공주시 의용소방대원들이 금강교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백제뉴스

공주시 의용소방대가 잇따른 금강변 투신 사고를 막기 위해 저녁을 양보한다.

20일 공주시 의용소방대는 “20일부터 내달 11일까지 22일간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공주대교와 금강교 특별순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주대교와 금강교는 최근 투신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역이다.

다리 위에 인도가 있어 투신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장소에서는 8월 들어 7차례나 투신 및 투신미수 사고가 발생했다.

의소대는 공주대교 양방향 인도에 2명씩 4명을, 금강교에 2명을 2교대로 각각 배치하고 집중순찰을 실시한다. 순찰시간은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던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다.

순찰자는 다리를 왕복하며 거동이 의심되는 자를 감시한다. 또한 사고 위치를 정확·신속하게 파악해 경찰과 소방당국에 실시간으로 보고한다. ‘실시간 통제’는 투신 시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대응역량 강화로 시민들의 안전체감도를 높인다.

감시시스템, 안전 벨, 교량난간그물 등 자살방지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예 인력을 배치해 기능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투신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골든타임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다.

이같은 결정은 이날 오후 12시 19분경 금강교에서 7번째 투신사고가 발생한 뒤 급하게 내려졌다.

사고 직후 공주시 의용소방대는 긴급회의를 열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면 직접 순찰을 진행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중한 저녁시간을 양보한 계기는 사명감이다.

류석만 의용소방대장은 “우리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서게 됐다”며 “의용소방대원들은 심폐소생술 자격증 등 인명구조에 필요한 기본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긴급결정으로 현장은 열악한 상태다. 상황실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무보수로 진행하지만 활동에 필요한 물품은 사비로 해결하고 있다.

공주시 안전관리과는 “순찰을 돌기로 했다는 결정을 오늘 들었다”며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룡동에 살고 있는 한 시민은(남. 52세) “최근 연이은 투신으로 정말 불안하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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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의용소방대원들이 금강교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백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