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수련도 꽤 괜찮아요”
“지역병원 수련도 꽤 괜찮아요”
  • 이원구 기자
  • 승인 2019.01.17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병원 수련의들에게 듣는 지역병원 수련 ‘솔직 토크’
(사진 좌로부터)안호찬 인턴장, 신종호 교육수련부장, 이다정 전공의협의회장ⓒ을지대학교병원
(사진 좌로부터)안호찬 인턴장, 신종호 교육수련부장, 이다정 전공의협의회장ⓒ을지대학교병원

최근 전국 수련병원에서 2019년 전공의 전기모집과 추가모집 일정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많은 지역병원들이 정해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지역병원을 선택한 전공의들의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남들처럼 ‘인서울’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왜 이곳, 지방을 택했을까?
직접 들어봤다.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신종호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교수), 이다정 전공의협의회장(소아청소년과 3년차)과 안호찬 인턴장을 함께 만나 허심탄회하게 솔직 토크를 나눴다.

원하는 전공 선택의 확실성

지역병원 수련을 선택하는 첫번째 이유는 ‘확실성’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인턴 후 원하는 진료과에서 수련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이 협의회장, 안 인턴장이 지역병원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 협의회장은 “병원 입장에서 전공의 모집률이 낮으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지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선택의 폭이 넓고 내가 원하는 진료과에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지역병원만이 갖는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즉 대입에서 학교 ‘간판’만 보느냐, 취업이 잘되는 학과냐를 선택하듯 수련병원 선택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이 협의회장은 “당장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생활보다는 그 다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사람이 주위에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실제로 이 협의회장의 선배 혹은 동기 중엔 수도권 병원에서 본인이 원하는 진료과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재수’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했다.

본가가 서울인 안 인턴장의 경우도 수도권 병원을 택하지 않은 건 같은 이유에서였다. 의사로서 50년 이상 걸어야하는데 어떤 진료과 전문의로 살아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부분은 전반적인 수련 분위기 형성에도 작용한다.

이 협의회장은 “인턴이나 전공의가 밟고 있는 수련과정은 누구에게나 고된 시기이므로 무엇보다 동료애나 상하 간 소통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느 정도의 경쟁이야 존재하지만, 경쟁심보다는 상호 존중과 융화라는 동료애로 발휘되는 경우가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하고 “특히 수련부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전공의의 일이라면 새벽이든 휴일이든 발 벗고 나서 내 자식의 일인 양 도와주신다”고 자랑했다.

지방병원의 전공의 복리후생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다양해졌다.

이 협의회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경기북부 최대병원인 의정부병원이 내년이면 문을 열기 때문에 교수봉직의 길이 넓을 뿐 아니라 전공의들의 학술활동비 지원이나 해외학회 참가기회 부여 등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교 출신에게도 활짝 열린 문호

지역병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이야기하던 도중 신 수련부장은 타교 출신 전공의들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을지대학교병원의 경우 총 28명의 인턴을 선발하는데, 자교 학생들은 평균 15~16명이 지원한다. 결국 타교 출신 지원자가 없다면 수련시스템 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신 수련부장은 “타교 출신 전공의가 대략 절반의 비율로 많은 곳은 아마 본원이 유일할 것”이라며 “타교 출신 전공의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으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본원 수련시스템에 있어 존립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자교가 지방에 있고 자교 출신 학생이 인턴 정원을 모두 채울 수 없다는 단점을, 우수한 타교 출신 학생을 선발하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선발 시에도 학교 성적보다 인턴 성적을 중시한다.

신 수련부장은 “타교 출신 전공의에게 본원 선택의 이유를 물었더니,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현재 마취과, 정형외과 등 소위 말하는 인기과에도 타교 출신 전공의 비중이 타병원보다 높은 편인데, 특히 정형외과는 지난해 모집 정원 3명 중 2명이 타교 출신일 정도”라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 있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럽진 않다. 모든 상황에 장단점이 존재하듯 지역병원 수련도 마찬가지였다. 이 협의회장은 “환자는 많지만 서울에 비해 심도 있는 환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인턴장은 ‘쉬더라도 놀게 딱히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지역적 한계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공의특별법이 잘 지켜지고 있어 주말이면 서울 집으로 향한단다.

안 인턴장은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지역으로 내려와 6년 동안 생활했었다면, 열에 여덟아홉은 다시 서울로 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의대생들의 연고지 자체가 거의 수도권인 것도 지역대학이 전공의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수련부장은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의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려고 한다”며 “전공의특별법 준수, 급여현실화는 물론 인턴 2인당 1실의 무료 기숙사 지원도 좋은 반향을 얻고 있고, 올해부터는 매년 4명의 전공의에게 해외학회 참석에 대한 지원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협의회장, 인턴장 뿐만 아니라 모든 전공의들에게 내 번호를 알려줬고 어렵고 힘든 부분,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며 “실시간으로 나와 직접 소통을 하다 보니 전공의들은 그때그때 맺힌 부분이 풀려서 좋고, 나는 전공의들 모두와 사이가 끈끈해져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