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교복은 죄가 없다
[단상] 교복은 죄가 없다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8.12.03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시의회 상병헌 교육안전위원장 ⓒ세종시의회
상병헌 교육안전위원장 ⓒ세종시의회

 

"그냥 세종시의회 의원들 다 없애고 그 돈으로 주면 되겠네."

이는 지난달 16일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위원장 상병헌) 정례회를 통과한 ‘세종특별자치시 저소득층 학생 교복구입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급되기로 했던 무상교복이 23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갑자기 철회되면서 세종시의회가 소용돌이에 빠지던 날 인터넷 기사에 올라온 댓글이다.

당초 현물 단일 지급 계획이던 무상교복 안에서 현물과 현금을 택일하는 수정안이 같이 제출됐다. 같은 당 의원들 일색이던 시의회에서조차 통일된 의견이 나오지 못하고 본회의 직전에 수정안이 등장하면서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의회는 질타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29일 마지막 교안위 회의에서 현물로 하되 내년에만 한시적 현물 혹은 현금을 지원한다는 안이 통과되어 이달 14일 정례회에서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이 전국을 강타했던 게 몇 년 전이다. 무상교복은 그보다 한 단계 진보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무상급식이 단순히 학교 급식을 주는 것에 그친다면 현물과 현금의 방식으로 나뉜 무상교복은 더 복잡하다.

표면적으론 현물이 좀 더 보편적 복지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똑같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복을 나눠주고 똑같이 입게 한다는 기본 명제다. 하지만 세종시의원들은 교복을 입지 않는 학교와의 형평성에서 보편적 복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현물지급이 선택권을 침해하고, 영세 업체 교복을 지급할 경우 품질이나 A/S가 떨어질 우려가 있으며, 제공업체의 선정 과정에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현금 지급을 주장하며 오히려 현금지급을 통한 자율구매가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 하락에 이바지할 수 있으며, 브랜드 제품으로 한 벌, 또는 중소업체로 한 벌+셔츠 여벌 옷 하나 등으로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현금이 꼭 답일 순 없다. 어차피 교복은 사야하는 것이기에 목적 외 사용과 같은 일차원적인 문제의 발생 우려는 낮지만, 유명 브랜드 교복을 입는 학생에 비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박탈감, 개별구매로 인한 가격교섭력 약화 등은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결국은 표면적으론 현물, 하지만 정작 수혜자 측에서는 현금을 원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시의회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따로국밥처럼 조례안과 수정안을 제출함으로써 파문을 자초하고 갈등을 부추겼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일당체제, 초선 위주의 의회 구성 등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그게 중요할까? 시민들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아마추어 시의회를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교복은 죄가 없다. 이번 사태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 해프닝으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의장, 부의장을 포함한 재선 의원들은 선수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고 초선 의원들은 자신의 법안 하나, 발언 하나가 시민들을 잘 살게 할 수도 있지만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