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적폐청산 외치던 박범계 의원 맞나요?
[단상] 적폐청산 외치던 박범계 의원 맞나요?
  • 유재근 기자
  • 승인 2018.11.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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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대전시당위원장)ⓒ백제뉴스DB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대전시당위원장)ⓒ백제뉴스DB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불법선거자금 파문이 점점 박범계 의원 쪽으로 촉발되고 있다.

변호사였던 김 의원이 광역의원으로 공천되고 당선되는 과정에서 1억 원을 요구 받았다고 주장했던 게 사건의 시작이다. 이로 인해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과 선거브로커 변재형 씨가 구속 중인 가운데 과연 이를 ‘박범계 의원이 알았고 관여는 했는지’로 다음 화살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전 전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범계 당시 시당위원장의 최측근인데다 여당의 압도적인 여론 우위를 앞세워 경선이든 당선이든 큰 어려움이 없을 거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3주 만에 대전 시장 선거에서 경선 중이던 허태정 당시 예비후보의 공동경선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당내 경선이 굉장히 치열한 가운데 시당위원장의 최측근 인사가 특정후보의 캠프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엄청 시끄러웠다.

박 의원 자신의 정치적 스텝을 밟기 위함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경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후보에게 심어 컨트롤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지역사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안희정 지사가 떠난 충청권에 새로운 대망론을 키우기 위해 최측근을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전의원 입장에선 어땠을까? 자기 뜻대로 출마만 됐다면 재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했던 지역을 포기했다.(한 건지 당한 건지는 논외로 치자.) 목 좋고 장사 잘 되는 상가를 내놓을 때도 법률이 정하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받는데 돈이 좋아서든, 강제백수 직전의 생활고든, 차기 행보를 위한 금전 확보이든 대가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소연 의원 입장에서는 분명 검은 돈이지만 전 전의원 생각에선 권리금이었고, 박 의원이 만일 전 전의원의 불출마에 영향을 끼쳤다면 전 전의원이 저렇게 나가는 걸 알고도 무시하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사건의 본질과는 비켜나지만 비틀어 생각하면 김 의원은 정치 신인이 변호사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니 더 솔직히는 박범계 의원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선이 아주 유력시되는 지역에 단수공천을 받아 시의회에 무혈입성했다.

검은 돈은 명백한 죄지만 ‘나는 티 없이 순결한 피해자이고 남은 더럽다’는 식의 주장은 필자의 입장으론 일방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모든 걸 ‘관행’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여 살다보면 그럴 수 있고, 좋은 게 좋은 거란 말로 넘어가곤 했다. 이런 게 처음도 아닐 것이고, 다만 이런 식의 폭로는 유례없는 일일 것이며, 또 종국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사라져야 할 적폐이다.

이 결론을 내기 위해 많이 돌아왔다. 박범계 의원이 하필 더불어민주당의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싶다. 지난 정권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당내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일약 핵심권력자로 떠오른 박 의원이 청산해야 할 적폐가 분명 상대당의 적폐만은 아닐 것이다.

‘관행’이란 말로 대충 에끼고 넘어갔던 적폐가 자신의 등잔 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간만 벌고 있을 박 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 당당하게 돌파할 자신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대중들에게 더 많은 실망을 안겨주지 않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